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이 신기록을 세웠다. 다만,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증가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산 에너지 수입로가 막힌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은 하루 평균 1290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 집계에서도 지난달과 이달 아시아 지역으로의 미국산 원유·LNG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30% 늘어났다. WSJ은 이런 흐름에 힘입어 미국이 이달 들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원유 순수출국 전환을 눈앞에 뒀다고 짚었다.
미국산 에너지 수출 급증의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에너지 조달이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산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전후에도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아시아 대부분의 정유시설은 중동산 원유에 맞게 설계돼 있어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중동산보다 밀도가 낮은 미국산 원유를 기존 설비에 투입하면 처리 효율이 떨어지고, 시설을 개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에서는 아시아의 정유시설을 전면 개편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설계에만 수개월 걸릴 뿐 아니라 완전한 가동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미국 의존도를 키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유라시아그룹 에너지 총괄인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정책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문제, 안보, 관세 사안 등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 의존성을 지렛대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제약이 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원유 수출 항만은 물리적 처리 용량의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신규 인프라가 완공될 시점에는 미국산 에너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일본 싱크탱크 사사카와 평화재단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중동산 에너지 가격이 정상 궤도를 되찾으면 미국산 원유와 가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