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과반 담은 미국 ETF 흥행돌풍⋯월가도 놀랐다

입력 2026-04-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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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힐 출시⋯2주도 안돼 10억달러 유입
별다른 마케팅ㆍ초기 투자 없이도 인기
WSJ “소규모 운용사 ETF로는 이례적”
“미국인, 한국 반도체주 투자 창구로 주목”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로고. (사진=AI로 생성)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로고. (사진=AI로 생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지 2주도 안돼 10억달러가 넘는 신규 자금이 유입되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월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터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라운드힐 메모리 ETF(종목코드 DRAM)’는 2일 별다른 마케팅이나 대형 초기 투자자 유치 없이 출시된 후 2주도 되지 않아 10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0일 현재는 자금 순유입액이 10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WSJ은 “ETF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라면서 “특히 소규모 자산운용사로서는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했다. 2018년에 설립된 미국의 소형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인베스트먼츠는 약 12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DRAM ETF는 이미 이 회사의 세 번째로 큰 ETF가 됐다.

이 ETF는 글로벌 컴퓨터메모리 및 저장장치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테마형 펀드다. AI 인프라 구축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해당 분야는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펀드 자산의 4분의 3 이상이 한국의 SK하이닉스(26.9%)ㆍ삼성전자(23.4%)ㆍ미국 아이다호주 기반 마이크론테크놀로지(20.9%) 등 단 3개 종목에 집중돼 있다.

내부에서도 뜻밖의 결과로 여겨졌다. 라운드힐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솔직히 말해서 이 ETF가 출시 10일 만에 이 정도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DRAM 펀드의 빠른 성장세는 충격적 수준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그간 집중 테마형 ETF는 대체로 성과가 불안정한 편이었다. 가령 미국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7(M7)을 추종하는 일부 ETF는 성공을 거뒀지만, 이들 역시 운용자산이 10억달러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테마형 ETF는 시장 테마가 정점에 달했을 때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WSJ은 이 ETF가 메모리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고 풀이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돼 있지 않다.

메모리 관련 종목들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 시장 과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낸드 메모리업체 샌디스크는 주가가 올 들어 300% 뛰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에서 각각 25%, 85%가량 올랐다.

마자 CEO는 이 ETF 수요의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고액 거래가 일부 포착되는 것으로 보아 헤지펀드들도 이 ETF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된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WSJ은 “이 펀드의 야간 거래량이 높은 점은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활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특히 한국에는 ‘개미’로 불리는 활발한 개인 투자자층이 존재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마자 CEO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매우 적극적”이라며 “자국 시장에서 중요한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미국 상장 ETF가 생겼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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