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은 강조, 금리는 침묵…워시의 줄타기 [포스트 파월 시험대]

입력 2026-04-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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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꼭두각시” 지적 속 청문회
“낮은 인플레=연준의 보호 갑옷”
상원 인준 승인 시점은 불투명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의장으로 확정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박했다. 반면 기준금리 향방과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차기 ‘세계 경제대통령’ 등판을 위한 첫 시험대에서 신중하고 전략적인 줄타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는 이날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특히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이 사전에 서로 합의된 것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워시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대통령이 저를 이 자리에 지명했지만, 연준 의장으로 확정된다면 저는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워시는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데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들은 대체로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선출직 인사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운영상 독립성이 특별히 위협받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워시는 또 “대통령은 어떤 금리 결정을 미리 약속하거나 확정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으며, 나 역시 그런 약속을 하지 않을 것”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에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청문회에 앞선 이날 오전 이뤄진 CNBC 인터뷰에서도 “워시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실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워시는 청문회 사전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다”면서 “의회는 연준에 물가 안정이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변명이나 주저 없이 이를 달성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선택의 결과이며, 연준은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낮은 인플레이션이야말로 연준의 ‘방어 갑옷(Plot Armor)’이다”라고 명시했다.

그의 연준 독립성 강조는 야당의 비판에 반박함과 동시에 정책 신뢰 유지에 독립성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그는 시장이 주목하는 단기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워시가 생각하는 ‘다음 수’를 확인할 기회는 미뤄진 셈이다.

그는 트럼프의 ‘연내 금리 1% 인하’ 요구에 동의하는지를 묻자 “저는 미래 정책 결정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통화정책의 경로를 사전에 제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으로, 연준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정치적 이슈에도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는 주장, 경제가 성장하고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1% 수준까지 낮추자는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의에 워시는 “연준은 정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면서 답변을 갈음했다.

주택 대출 신청서상의 허위 기재 의혹으로 트럼프가 해임을 시도 중인 리사 쿡 연준 이사에 관한 질문에는 “논평할 수 없다”고 피했다.

대신 현 연준 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워시는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의 책임을 파월 체제의 연준에 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준은 5년 이상 2%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초기에는 코로나 팬데믹 충격과 공급망 혼란, 재정 지출 확대가 원인이었고,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워시는 대다수의 연준 정책 담당자들과 달리 트럼프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인공지능(AI) 채택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춰 금리 인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워시는 “혁신이 물가 수준을 개선할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그것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사이의 시차(lag)가 연준 사고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시의 이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7bp(1bp=0.01%포인트) 상승해 3.79%까지 올랐다.

워시 후보자는 공개된 것만 2억 달러(약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신의 투자 재산과 관련해 “모든 금융 자산을 매각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그 대부분은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기 전에 매각될 것”이라고 알렸다.

RSM의 조지프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는 위원회 내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모두 전달했다”며 “상원 본회의에 올라갔을 때 인준을 방해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1월 20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워시 후보자는 인준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 시점은 불확실하다.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장 임기가 종료되는 내달 15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법무부가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문제와 관련해 파월 의장을 겨눈 수사 의지를 지속해서 보이는 가운데 상원 은행위 소속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은 파월 의장을 향한 수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의 인준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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