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줄고, AI에 밀리고… 은행 '취업 문' 더 좁아졌다 [장애인 고용의 역설 上-②]

입력 2026-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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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4-19 18: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권과 산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낙제점’에 가깝다. 디지털 전환과 점포 축소로 채용 문턱은 높아졌고 기업들은 실질적인 고용 대신 수십억 원의 이행강제금으로 책임을 대신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은행의 저조한 장애인 고용 실태와 제도적 한계를 짚어보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등 산업계가 모색 중인 새로운 대안을 집중 취재했다.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수치 채우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동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5대 은행, 점포 1년 새 94개 감소…임직원 수도 1046명 줄어
대면업무 비중 높아 장애 유형별 직무 매칭·근무환경 조성 난제

시중은행들이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경영 현실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점포 효율화로 일반 채용 문턱마저 높아진 상황에서, 대면 영업 위주의 업권 특성상 장애인 인력을 수용할 적합 직무를 발굴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직접고용 원칙을 유지하되 직무 다변화와 연계고용 지원을 함께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점포 수는 3748개로 전년보다 94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임직원 수도 6만7733명으로 1046명 감소했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인력 구조 자체가 슬림화되면서 장애인 직접고용을 위한 여력은 갈수록 위축되는 형국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가속화’다. 과거 장애인 인력이 주로 맡았던 단순 사무보조나 반복 업무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보조적 직무 자체가 사라지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려면 기존 틀 안에서 인원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현업이 수용할 수 있는 새 직무를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무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현업 부서의 수용성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일선 영업점은 업무 효율성과 고객 응대 리스크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 인사 부서의 의지만으로 돌파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은행들이 고용률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도 속도가 더딘 데는 이런 내부 장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채용 이후 정착도 만만치 않다. 우대정책을 운영해도 응시율·합격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입사 후에도 대고객 업무 부담으로 장기 근속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재택 기반 직무 설계가 상대적으로 적합하지만 그에 맞는 업무를 만드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에 은행권은 채용 방식과 직무를 동시에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한 맞춤형 훈련을 통해 △본점 사무지원 △전산 테스트 △디자인 등 비대면 전문 직무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장애인 대학생 대상 기업체험 프로그램과 인턴십, 예술 직군 발굴, 음악단 신설 등도 같은 흐름이다. 직접고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표준사업장 지분투자, 직업재활시설 연계고용 등 간접고용도 병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은 별도 전형을 조금 늘리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은행 업무에 특화된 맞춤형 직무를 발굴하고, 채용 후 안착까지 지원하는 민관 협력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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