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미국과 이란 양국 간 종전 협상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원화 환율은 미국 등 타 주요국 대비 큰 폭으로 흔들렸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의 특성에다 코스피 6000 돌파 등 주가 급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 등이 가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7일 금융ㆍ경제이슈 '중동사태의 환율 영향 차별화 배경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원화 등은 달러화 움직임 대비 큰 폭 약세를 나타냈다"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전쟁 한 달차를 맞은 3월 말 기준 원화는 미 달러화 대비 6.3%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요국 통화 절하 폭은 중국 위안화 0.7%, 베트남 동화 1.1%, 일본 엔화 1.7%, 영국 파운드화 1.8%, 대만 타이완달러 2.3%, EU 유로화 2.4%, 멕시코 4.1%, 태국 바트화 6.0%로 집계돼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률이 유독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비교해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당시 원화 절하율은 2.1% 수준으로 인도(2.1%), 영국(2.7%), 대만(2.7%)와 비슷하거나 더 양호했다. 같은 시기 유로화(2.9%), 태국(3.9%), 일본(6.2%) 절하율이 유독 컸다.
한은은 이처럼 중동 사태 이후 원화 변동 폭이 큰 배경에 대해 높은 원유 의존도와 외국인 자금유출 확대, 높은 자본시장 개방도를 꼽았다.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아시아 주요국의 원유 수입 경로여서 아시아지역 통화 전반에 큰 충격을 안긴 데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에너지 부문 적자 규모가 큰 편이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번 충격에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간 민감도 분석 결과에서 원화는 일본 및 태국 등에 이어 유가 변화 충격이 높은 통화로 분석됐다"며 "반면 캐나다나 브라질 등 에너지 수출국과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중국 등은 중동 사태 충격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한국 증시의 강세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비중 조정을 유발한 점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지난해에만 약 76% 상승했고 올해에도 전쟁 직전까지 약 48% 상승하는 등 주요국 대비 시가총액이 급등했다. 이에 주요 IB들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급증에 따른 비중 조정으로 전쟁 이전부터 외국인 주식 매도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은 측은 "전쟁 이전인 2월에도 기술주 중심으로 조정이 발생, 수익 실현 차원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됐다"며 "전쟁 이후에는 위험회피심리까지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향후 각국 환율에 대해 중동사태 진행 양상과 그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 및 통화정책 기대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이번 전쟁 이전까지는 올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으나 현재는 동결 가능성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유럽과 일본 역시 긴축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에 대해서는 "중동사태 장기화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대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지속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긴축 전환 등이 맞물리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