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코드·수가·영수증 표준화 부재에 보험금 심사도 ‘복불복’

반려동물 진료비는 병원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이를 통일할 기준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같은 질환이라도 병원에 따라 비용이 수 배, 많게는 수십 배까지 벌어지면서 ‘병원비 복불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펫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들이 쉽게 상품 경쟁에만 뛰어들지 못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견 초진 진찰료는 1000원에서 6만5000원까지 최대 65배 차이를 보였다. 진찰료뿐 아니라 검사, 처치, 수술, 입원비까지 병원별 편차가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보험 가입자는 같은 치료라도 어디서 받느냐에 따라 체감 부담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격차는 제도 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동물병원은 사람 의료와 달리 표준화된 수가 체계나 진료 코드가 없어 병원별로 진료 항목과 비용 기준이 제각각이다. 진료 기록과 영수증 양식도 통일돼 있지 않아 보험사는 치료 내용을 일일이 해석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보험금 심사도 일관되기 어렵다. 동일 질환이라도 병원마다 진단명과 청구 방식이 달라 지급 여부나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험금 지급 과정이 사실상 ‘케이스별 판단’에 의존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진료코드 비표준화가 펫보험 활성화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라고 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처럼 상해·질병 진료코드와 표준 수가 체계가 정립되면 펫보험 활성화와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달라 손해율 계산과 상품 개발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부담은 단순히 진료비 편차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 보험과 달리 치료 이력 확인이 쉽지 않고, 진료기록부 발급도 의무가 아니다 보니 고지의무 위반이나 계약 해지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료 내용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반려동물을 특정하는 체계도 촘촘하지 않아 모럴리스크 우려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펫보험은 업계 안팎에서 ‘계륵 상품’으로 불린다. 진료비를 통제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손해율이 쉽게 흔들리고 보험사는 어떤 병원 비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손해율 급등으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펫보험이 당장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은 아니지만, 가입률이 낮은 초기 시장인 만큼 장기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상품을 유지하는 성격도 짙다.
결국 펫보험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업해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코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람 의료처럼 진료 항목과 비용 기준이 일정 수준 정리되지 않으면 보험 상품 설계 자체가 어렵다”며 “수가 체계와 영수증 표준화가 병행돼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