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방위산업이 단순한 ‘전쟁 테마주’를 넘어 글로벌 안보 공백을 메우는 구조적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세계화 흐름 속에 미국의 글로벌 안보 개입이 축소되면서,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앞세운 한국형 무기체계가 세계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SK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방산주의 상승은 일시적인 수주잔고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정책 변화가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지는 국면이다.
유럽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을 5%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약 1조64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유럽 역내 생산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기업들의 수출 기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K-방산은 단순한 전쟁 테마주가 아니다”라며 “탈세계화 국면 속 자주국방으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장기 성장 사이클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유럽과 중동 등에서의 안보 개입을 축소하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국이 구조적인 군비 증강에 돌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은 중동 국가들의 무기 체계 수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하나증권은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중동의 군비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 국가들은 자국 영토와 핵심 산업시설이 직접 전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며 “패트리어트 같은 중층 방공체계뿐만 아니라 저가 요격체계와 하층 방공망을 포함한 다층 방공 구조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형 지대공 유도무기(M-SAM)인 ‘천궁-2’의 활약이 돋보인다. 천궁-2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상대로 95% 이상의 높은 요격률을 기록하며 실전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이는 향후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의 추가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방산 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안타증권은 주요 방산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매수 적기를 맞이할 것으로 평가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에 대해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 수 있으나, 이는 완제기 인도 믹스의 문제일 뿐”이라며 “고수익성 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21) 인도와 경공격기(FA-50) 수출 진행률 인식이 하반기에 쏠려 있어 ‘조삼모사’식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한국항공우주의 목표주가를 23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종목별로는 LIG넥스원이 방공무기 수요 급증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SK증권은 LIG넥스원의 목표주가를 115만원으로 제시하며 최선호주로 선정했다. 현대로템은 주력전차인 K2 전차의 폴란드 3차 실행계약과 루마니아, 이라크 등 다수의 수출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차선호주로 추천됐다.
이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K9 자주포의 전 세계적인 수요와 천무 다연장로켓의 수출 확대,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검토 사업 참여 등을 바탕으로 ‘K-록히드마틴’으로의 도약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으며 목표주가 190만원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