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문 두드린 13만 하청… 산업지도 뒤흔드는 ‘원청 교섭 쓰나미’ [노란봉투법 한 달, ‘교섭의 덫’]

입력 2026-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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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노사관계 ‘사용자성 판단’ 쟁점
교섭 거부땐 ‘부당노동’ 휩싸여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 법률) 시행 한 달, 산업현장이 ‘원청 교섭’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법 시행 직후부터 철강·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서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올해 노사관계는 임금 협상이 아닌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9일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심판 사건은 전날 기준 285건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987개, 14만여 명(7일 기준)이며 원청 368곳이 교섭 요구를 받았다.

포스코, 현대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HD현대중공업,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 한화오션, 현대건설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원청 책임을 묻는 요구가 확대되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민주노총은 약 900개 사업장, 13만7000명 규모 하청 노동자가 원청 교섭 요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개별 사업장 단위 요구를 넘어 산별 차원의 집단 대응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장의 혼란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0억원 이상 주요기업의 87%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청과 과도한 요구 증가’가 74.7%,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법적 분쟁 증가’가 64.4%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는 임금이나 복리후생보다 ‘누가 사용자냐’를 둘러싼 공방이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청이 교섭에 응할 경우 사용자성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논란과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24일 만인 이달 2일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는 첫 판정을 내놓으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모두 인정했다. 이어 한국공항공사, 인덕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포스코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업계는 이 판정들이 향후 유사 사건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청 기업들의 교섭 응답 여부와 노동위원회의 추가 판단에 따라 노사관계의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향후 1~2개월이 노란봉투법의 실제 작동 방식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교섭에 응하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선례가 되고, 거부하면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는 이미 법 해석을 둘러싼 ‘교섭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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