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피드’에 갇힌 정치

입력 2026-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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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요즘 정치인들은 ‘콘텐츠 제작자’에 가깝다. 대통령부터 여야 의원들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주요 메시지를 직접 발신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확인되는 게시글만 수십 건을 넘는다. 특히 현안이 있을 때는 하루에 2~3건씩 연속으로 올리는 경우도 반복됐다. 평균적으로 주 4~5회 수준의 게시 빈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브리핑이나 기자회견보다 SNS를 우선 소통 채널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올렸다.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도 “개혁은 멈출 수 없다”, “기득권 저항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식의 직설적 표현을 던졌다.

현안 설명보다 감정 표현이 앞서고 정책보다 문장이 먼저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 여야 의원들은 논평 대신 게시글, 토론 대신 댓글로 싸운다. 국회 본회의보다 SNS 타임라인이 더 뜨겁다. 정치의 중심이 제도권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한 듯한 장면이다. 이 방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보여준 정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직접 지지층과 소통했고, 언론을 우회했다. 간결한 문장, 강한 표현, 즉각적인 반응까지, 효과는 분명했다. 동시에 사회는 더 깊이 갈라졌다.

한국 정치도 그 길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SNS는 빠르고 직관적이다. 정치인으로서는 메시지를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빠른 만큼 숙고가 줄어든다. 짧은 만큼 맥락이 사라진다. 남는 것은 감정과 구호다.

정치의 언어는 원래 느렸다. 법안은 토론을 거쳐야 했고 정책은 검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먼저 올리고 나중에 설명한다. 반응이 좋으면 강화하고 나쁘면 지운다. 정책 결정의 과정이 아니라 ‘콘텐츠 반응’이 기준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의 목적이 바뀐다는 점이다. 정치의 목적은 설득이다. 지금은 노출이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더 피곤해진다. SNS 정치의 특징은 끊임없는 자극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이 단순 소비되는 유튜브 숏츠처럼 쏟아진다.

SNS 정치가 활발할수록 정치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진다. 말은 많지만, 해답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콘텐츠가 될수록 책임은 흐려진다. ‘트럼프식’ 정치가 남긴 것은 지지율이 아니라 분열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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