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 이 사건을 둘러싼 의구심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으나 가해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무산되고 이들의 반성 없는 행보가 전해지면서죠.
자폐 성향의 어린 아들에게 돈가스를 먹이려던 평범한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분노를 불러왔습니다.
사건은 2025년 10월 20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벌어졌는데요. 김 감독은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감독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 3명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요. 이들은 식당 안에서 폭언을 쏟아내며 폭행을 시작했고 이후 김 감독을 식당 밖 인근 골목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렸고, 김 감독은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요. 가해자들은 쓰러진 김 감독을 그대로 둔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죠.
사건 직후 김 감독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뇌출혈이 심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는데요. 중환자실에서 18일간 사투를 벌이던 김 감독은 11월 7일,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평소 고인의 유지를 존중한 유족의 결정에 따라 김 감독은 심장, 간, 신장 등을 기증했죠. 이 기증으로 4명의 환자가 새 생명을 얻었으며 김 감독은 4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인은 영화 '그 누구의 딸'(2016), '구의역 3번 출구'(2019) 등을 연출했으며, 영화 '소방관'(2024),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마녀'(2018), '마약왕'(2018) 등에 작화팀으로 참여했는데요. 2016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독립영화계에서 촉망받던 인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죠.

초동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며 쌍방 과실을 주장했는데요. 경찰은 가해자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나, 현행범 체포 대신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사건의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달 31일, 언론을 통해 당시의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죠. 영상 속 가해자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김 감독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집단적으로 구타했으며, 특히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두고 태연하게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요. 이는 가해자들의 ‘우발적 시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됐습니다.
김 감독이 응급실에 실려 갔던 당시 사진도 공개됐는데요. JTBC에 따르면 김 감독의 얼굴에는 눈두덩이와 콧등, 관자놀이에 검붉은 멍 자국이 선명하고 왼쪽 귀 안쪽에는 피가 고였고요.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나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발달장애아들은 아직도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죠.

사건 초기, 경찰은 가해 무리 중 단 한 명(A 씨)만을 특정하여 수사를 진행했는데요. 심지어 김 감독이 사투를 벌이던 시기임에도 경찰은 '중상해' 혐의만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죠.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일행이 더 있었고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영장을 반려했습니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자 김 감독의 유족들은 슬픔을 뒤로하고 직접 사건 현장 인근 상점들을 돌며 CCTV 영상을 수집하고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유족이 직접 찾아낸 증거들을 통해 폭행에 가담한 또 다른 남성(B 씨)이 추가로 특정됐고 김 감독이 끝내 숨을 거두면서 혐의는 ‘상해치사’로 격상됐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대중의 법 감정과 정반대였습니다.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젊고 주거가 일정하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는데요.
이 결정은 유족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죠. 가장 큰 공분은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행보에서 비롯됐는데요. 가해자 중 한 명은 수사 기간 중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가의 외제차와 유흥을 즐기는 사진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가해자들이 구리 지역 조직폭력배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더욱이 최근에는 가해자 일행 중 한 명이 힙합 음원을 제작해 발표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는데요. 해당 곡의 가사에 폭력을 미화하거나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가 포함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며 ‘2차 가해’ 논란까지 벌어졌죠. 현재 해당 음원을 발표한 것으로 지목된 래퍼의 SNS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이에 검찰이 직접 칼을 빼 들었는데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5일 검사 3명과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故 김창민 감독 사건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습니다.
검찰은 단순 상해치사가 아닌, 폭행의 잔혹성과 사망 예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또한, 가해자들의 음원 발표와 SNS 행보가 유족에 대한 위해 시도나 반성 없는 태도로 간주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데요. 검찰은 과학수사와 법의학 재감정을 거쳐 가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