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물리적 붕괴…성장률 –0.8%p·물가 +2.9%p ‘복합 위기’

호르무즈의 ‘혈맥’이 막히자 한국 경제가 ‘비용 상승’의 단계를 넘어 ‘공급망 침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의 동반 폭등이 제조업 원가를 생존 임계점까지 밀어 올리면서,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이 맞물리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한국 경제의 실물 지표를 위협하고 있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리스크 확대 시나리오’ 3단계 중 현재 한국 경제는 2단계 장기 봉쇄(유가 100달러 상회, 원달러 환율 1500~1530원)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대금 급증이 기업의 어닝 쇼크를 유발해 경상수지가 감소하고, 수입물가가 국내 물가를 밀어 올려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연구원은 △단기전(변동성 국면) △장기 봉쇄(공급망 기능 약화) △전면전(시스템 리스크)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거시경제를 전망했다.
이번 충격은 단순한 유가 상승과는 성격이 다르다. 원유 가격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해상 물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글로벌 에너지·물류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를 ‘가격 충격이 아닌 물리적 공급 절벽’으로 규정했다.
실물 경제 타격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 국내 제조업 원가는 최대 5.19%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당수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위협받는 수준으로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될 경우 물가 압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거시지표도 동시에 흔들린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3단계 전면전 국면에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감소폭도 767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구조다.
이번 위기는 과거 지정학적 위기와도 결이 다르다. 1990년 걸프전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가 상승을 중심으로 한 ‘가격 충격’이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수요 위축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핵심이었다. 반면 이번 사태는 해로 봉쇄에 따른 ‘공급망 단절’이 중심이다.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운송 자체가 막히는 구조다.

산업별 영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항공·화학·운송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유류비와 원재료비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반도체·IT 기기 업종 역시 중동산 원재료 의존도와 물류 차질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은 네옴시티 등 중동 프로젝트 발주 축소와 공기 지연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며 “특정 지역에 집중된 에너지·소재 의존 구조가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