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처음부터 범용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제조 현장의 특화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에 집중하고 중국은 값싼 하드웨어로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제조 현장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서울 삼정호텔에서 개최한 ‘제36회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고급 제조업·반도체·배터리 기술을 모두 가진 나라가 거의 없다”며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이날 ‘한국 피지컬 AI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에 한국은 “엔비디아처럼 범용 AI 모델을 처음부터 만들기보다는 제조·물류 등 버티컬 산업에서 시작해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며 “현장에서 학습한 모델을 글로벌로 수출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지각-사고-행동’의 통합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에 머물렀다면 피지컬 AI는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장 교수는 “행동을 생성하는 AI가 곧 피지컬 AI”라며 “이제는 토탈 튜링 테스트로 가는 새로운 챌린지”라고 했다.
초기 AI는 인간의 지식을 기계에 입력하는 ‘지식 기반 시스템’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장 교수는 “그 과정에서 놓친 것이 현장”이라며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넘어 ‘지혜’까지 축적하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교수는 피지컬AI가 시작 단계인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하드웨어 제조, 플랫폼, 데이터, 응용 서비스 중 어디에 집중할지 방향을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기술보다 전략의 문제”라며 “빠르게 투자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과의 문화 차이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장 교수는 “지금 AI가 발전하는 형태는 데이터를 모으고 현장에서 학습하면서 교정하는 과정인데 제조업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문화라 AI 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KOSA 런앤그로우 포럼은 국내 주요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업 대표와 임원진 등 업계 리더들이 참석해 전문가 강연을 통해 산업 현안을 논의하고, 회원사 간 제품·솔루션 홍보와 비즈니스 기회 발굴을 도모하는 정기 교류 행사다. 이번 행사는 AI클라우드 전문 기업 이노그리드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