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 그들은 죽지 않기로 했다: 0.0001% 슈퍼리치들의 역노화 전쟁 [The Rare]

입력 2026-04-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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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ARE ] VOL. 3

그들은 죽지 않기로 했다:
0.0001% 슈퍼리치들의 역노화 전쟁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이 있다."

부자 중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관의 오픈런 줄에는 그들이 없습니다. 세상의 0.0001%로 살아가는 그들, '천외천'의 삶은 우리의 상식 밖 궤도에서 움직입니다.

로고가 없는 3000만원짜리 코트,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1억원의 침대, 그리고 지도에서 지워진 리조트. 남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과시'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절'을 사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투데이 [THE RARE]는 일반인들은 접하기도 힘든,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견고한 성벽 안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고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지갑을 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최정점에 선 그들의 소비와 취향, 그 속에 숨겨진 부의 트렌드를 들여다 봅니다.

상위 0.0001%가 사는 세상의 문을 열다

VOL. 3 역노화

▲영화 '겟 아웃' 스틸. (사진제공=CGV)
▲영화 '겟 아웃' 스틸. (사진제공=CGV)

영화 '겟 아웃'에는 소름 돋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늙고 쇠약해진 부유층이 젊고 건강한 타인의 육체를 빼앗아 자신의 뇌를 이식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장면입니다. 타인의 몸을 빼앗는다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공포였지만, ‘젊고 건강한 몸으로 살고 싶다’라는 갈망 자체는 사실 우리에게 낯선 감정이 아닙니다. 젊음에 대한 집착은 진시황의 불로초부터 클레오파트라의 우유 목욕까지, 인류가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설 때마다 가장 먼저 보이던 욕망이었습니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인류는 당연히 더 젊어지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켰고, 이제 21세기의 억만장자들 앞에는 돈을 내면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이 놓여 있습니다.

노화는 더 이상 숙명이 아니다

안티에이징, 쏟아지는 항노화 제품들, 그리고 최근 전 세대를 사로잡은 '저속노화'까지. 요즘 우리의 일상은 늙지 않기 위한 수많은 키워드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노화는 더 이상 그저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순리가 아닙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해야 할 일종의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뷰티 산업의 발전과 함께 안티에이징은 중장년층만의 관심사라는 편견을 벗어나 전 연령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른바 안티에이징의 대중화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직구로 구한 각종 영양제를 한 움큼씩 삼키고, 외출 전에는 실내 조명에도 피부가 상할까 강박적으로 선크림을 덧바릅니다.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NMN이나 고농축 글루타치온 영양제는 매달 5만원에서 10만원 이상의 지출을 요구하지만, 필수품처럼 꾸준히 팔립니다.

피부과 시술에 대한 문턱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콜라겐 재생을 돕는 리쥬란 힐러나 쥬베룩 같은 스킨 부스터 시술은 1회당 20만원에서 40만원 수준임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시술을 받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울쎄라나 써마지처럼 연 1~2회, 150만원에서 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리프팅 시술을 찾는 수요 역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안티에이징은 겉모습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피부 주름을 없애는 것을 넘어, 몸속의 실제 나이인 생체 나이 자체를 되돌리려는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정밀 검진이나 스마트 기기로 측정한 생체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높으면 크게 낙담하고, 낮으면 안도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해 샐러드를 먼저 씹어 삼키며 식사 순서를 인증하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채우고, 해외 직구로 구성한 나만의 영양제 루틴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늘 활기를 띱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늘어난 기대수명과 팬데믹을 거치며 깊어진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환경 속에서, 젊음과 활력은 개인의 자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경제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인생의 전성기를 최대한 길게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이 거대한 소비 시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덜 늙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늙지 않을 특권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쥔 상위 0.0001%의 슈퍼 리치들은 어떨까요? 어쩌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정복 대상은 시간뿐일지도 모릅니다. 이 찬란한 부와 권력을 영원히 누리고 싶은 욕망은 노화에 대한 공포를 넘어선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단순히 세월을 늦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노화의 시계를 기어코 거꾸로 되돌리기 위해,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온갖 최첨단 신기술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아낌없이 쏟아붓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대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때로는 기괴하고 윤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은밀한 시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상위 0.0001%에게 생물학적 한계는 극복의 대상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가지고 있던 시간마저 더 가지고 싶은 그들의 욕망,

지금부터 그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TREATMENT 01 . HBOT

산소=젊음

▲1인용 HBOT. (사진제공=HPOTECH)
▲1인용 HBOT. (사진제공=HPOTECH)

동네 피부과 구석에 놓인 비닐 텐트 같은 1인용 산소 캡슐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슈퍼리치들의 저택 지하에 자리 잡은 이것은 심해 탐사용 잠수함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하이엔드 고압산소챔버, HBOT(Hyperbaric Oxygen Therapy) 챔버입니다.

이 거대한 강철 통 안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기압을 정상보다 높인 밀폐 공간에서 100% 순수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입니다. 기체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액체에 더 많이 녹아든다는 헨리의 법칙을 인체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평소 적혈구에 실려서만 운반되던 산소가, 2.0기압 상태에서는 혈장에 직접 녹아들며 정상 대비 최대 10배에서 15배까지 농도가 치솟습니다. 혈류가 닿기 어려운 모세혈관 끝자락, 노화가 진행 중인 장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고농도 산소가 강제로 밀려 들어갑니다.

그런데 단순한 산소 과잉 공급이 왜 젊음과 연결될까요. 슈퍼리치들이 이 장비에 수억원을 베팅하는 결정적 근거는 텔로미어에 있습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달린 일종의 보호 캡으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집니다. 이 길이가 곧 생물학적 나이의 바로미터입니다. 짧아질수록 늙는 것이고, 늘어나면 말 그대로 세포가 젊어지는 것입니다. 202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64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60회의 고압산소 치료 후 텔로미어 길이가 최대 38%까지 늘어나고 노화 세포가 최대 37%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미국 셀러브리티들은 재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마이클 펠프스부터 저스틴 비버까지,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HBOT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회복 목적으로 챔버를 꾸준히 사용해왔고, 켄달 제너는 자택에 챔버와 적색광 치료 침대를 갖춘 전용 헬스룸을 별도로 꾸며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역시 연간 200만달러를 회춘에 쏟아붓는 바이오해커 브라이언 존슨입니다. 그는 고압산소치료를 자신이 경험한 건강 시술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꼽았습니다. 2025년에는 아예 챔버 안으로 집무실을 옮겨 업무를 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HBOT 챔버의 천문학적 설치비

슈퍼리치들은 1억원 이상의 HBOT 챔버를 자택에 구매해 설치하고 있지만, 이건 입문 가격에 불과합니다. 의료 모니터링 시스템을 포함한 다인용 맞춤 챔버는 수억원을 훌쩍 넘기고, 기기값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설치 비용입니다. 수 톤의 하중을 견딜 바닥 보강 공사, 고농도 산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정전기 방지 패드, 전용 배기 시스템까지. 사실상 대학병원급 인프라를 저택 지하에 구축해야 소유가 가능합니다. 굳이 소유까지는 필요 없다면 이스라엘의 아비브 클리닉스(Aviv Clinics)에서 4만5000달러짜리 프로그램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짚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항노화 목적의 고압산소챔버 사용은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기압에서 시행될 경우 발작, 청력 손상, 시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가압 산소는 화재 위험도 큽니다. 2009년에는 플로리다의 한 클리닉에서 챔버가 폭발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화가 두려운 억만장자들에게 이런 리스크는 경고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TREATMENT 02 . PLASMA EXCHANGE

현대판 뱀파이어

▲혈장 교환 흐름도. (출처=verywell)
▲혈장 교환 흐름도. (출처=verywell)

혈장 교환(Plasma Exchange). 이른바 "피 갈아끼우기"입니다. 얼핏 들으면 잔인하고, 동시에 묘하게 궁금해지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피 전체를 통째로 교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혈액에서 세포를 제외한 액체 성분, 즉 혈장만을 빼내고 새것으로 바꿔 넣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새 혈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실험실의 쥐 두 마리입니다. 1950년대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늙은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외과적으로 연결해 혈액을 공유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제한적이었지만, 젊은 쥐의 혈액 순환이 늙은 쥐의 수명과 조직 기능을 개선한다는 일부 증거가 관찰되었습니다. 수십 년 뒤인 2014년,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이 실험을 정교하게 재현하면서 세상이 들썩였습니다. 젊은 쥐의 혈장을 주입받은 늙은 쥐가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운동하고, 더 똑똑해진 것입니다. 억만장자들의 이목이 쏠리기에 충분한 결과였습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움직인 사람은 역시 브라이언 존슨입니다. 그는 17세 아들 탈마지와 70세 아버지 리처드를 데리고 세계 최초의 다세대 혈장 교환을 실행했습니다. 텍사스의 한 메디컬 스파에서 진행된 이 시술에서, 막내 존슨의 몸에서 1L의 혈액이 뽑혀 혈장과 혈구로 분리되었고, 그 젊은 혈장이 아버지 존슨의 정맥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아들의 피를 아버지에게 수혈하는 광경.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것은 2023년 블룸버그가 보도한 실제 사건입니다.

실리콘 밸리 거물의 혈장 치료

존슨 외에도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인사들이 젊은 혈장 수혈을 받아왔습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은 Inc.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파라바이오시스를 "정말 흥미롭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기자가 사업 기회로서 흥미로운 것이냐, 개인 건강 차원에서 흥미로운 것이냐고 따져 묻자 틸은 후자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후 틸 캐피탈의 건강 담당 디렉터 제이슨 캠이 젊은 혈장을 수혈해주는 스타트업 암브로시아(Ambrosia)에 접촉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틸의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이라는 의혹이 확산되었습니다. 이 보도는 곧바로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거물이 젊은 "수혈 담당자"를 고용해 신선한 피를 상시 공급받는 장면으로 패러디되었습니다.

물론 이 분야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의 피를 직접 수혈받는 방식 대신, 자신의 낡은 혈장을 빼내고 식염수와 알부민으로 교체하는 치료적 혈장 교환(TPE)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TPE는 체내 "노화된" 혈장의 약 40%를 제거하고 희석하는 방식으로, 신경퇴행과 암의 단백질 지표를 분자 수준에서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브라이언 존슨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기서 이야기는 약간의 반전을 맞습니다. 존슨은 6회의 혈장 교환을 마친 뒤 광범위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했지만, 측정 가능한 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그리고 시술을 중단했습니다. 아들의 젊은 피가 아버지의 몸에서 별다른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2019년에 젊은 혈장 수혈에 대해 공식 경고를 발표하며, 이 치료법은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존슨이 멈췄다고 해서 시장이 멈춘 것은 아닙니다. 일부 장수 클리닉에서는 여전히 신선 냉동 혈장을 리터당 1만5000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의 토니 위스코레이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젊은 혈장 수혈을 받는 부유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TREATMENT 03 . STEM CELL

신생아의 생명력을 들이붓다

▲데마레스트 클리닉. (출처=yachtstyle)
▲데마레스트 클리닉. (출처=yachtstyle)

줄기세포 주사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동네 피부과에서도 꽤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이 받는 시술은 피부에 바르는 앰플이나 미세 주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이들이 몸에 넣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 조직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MSC)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젊고, 가장 강력한 세포입니다. 이것을 수억 개 단위로 배양한 뒤 정맥에 직접 들이붓습니다. 말 그대로 신생아의 생명력을 혈관에 주입하는 것입니다.

비싼 여행을 떠나는 슈퍼리치들

문제는 이 시술을 미국에서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타인의 배양 줄기세포를 체내에 투여하는 행위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슈퍼리치들은 비행기를 탑니다. 바하마로, 파나마로, 케이맨 제도로.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것은 병원이라기보다 리조트에 가깝습니다. 파나마 스템셀 인스티튜트는 VIP 공항 서비스와 클리닉에 직접 연결된 힐튼 호텔 숙박을 제공하며, 성인 기준 치료 비용은 2만690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2006년 개원 이래 8만 건 이상의 시술을 수행한 이곳은 자체 연구소에서 개발한 독점 줄기세포 "골든 셀스"를 사용합니다. 케이맨 제도의 디브이씨(DVC) 스템은 한 술 더 뜁니다. 이틀에 걸쳐 3억 개의 배양 줄기세포를 정맥 주사하는 프로토콜을 운영하며, 비용은 1만5000달러에서 4만5000달러 사이입니다. 여기에 개인용 제트기, 수행원 숙박, 사전 정밀 검진까지 더하면 한 번 방문에 10만달러를 훌쩍 넘깁니다.

셀러브리티들의 참여는 이 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타이트엔드 조지 키틀은 파나마에서 받은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치료했다고 밝혔고, 팀 동료 카일 유시첵도 같은 파나마 클리닉의 단골입니다. 몬티 파이선의 존 클리즈는 매년 1만7000파운드를 줄기세포 치료에 쓰고 있으며, 윌리엄 셔트너는 88세의 나이에 수천 만 개의 줄기세포를 주입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 대변인도 "해외에서 미승인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미국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부작용을 추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리조트 뒤에는 그림자도 있습니다. 저가 줄기세포 클리닉에서는 멕시코에서 나균 감염, 아르헨티나에서 종양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수많은 줄기세포 클리닉이 운영 중이며, 시술과 관련해 실명, 감염, 사망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치료 시장은 2025년 181억달러에서 2035년 약 597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12.66%입니다. 게다가 규제 기관의 줄기세포 치료 승인 파이프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 유망한 상태이며, 당뇨, 시력 상실, 간질 등에 대한 승인 치료가 향후 5년에서 7년 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이 시술이, 조만간 공식적인 의료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슈퍼리치들은 그 미래를 몇 년 먼저 구매하고 있을 뿐입니다.

TREATMENT 04 . YAMANAKA FACTORS

세포 시계를 초기화하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 (사진제공=세계과학기자대회)
▲야마나카 신야 교수. (사진제공=세계과학기자대회)

앞서 소개한 시술들이 노화를 늦추거나 젊은 무언가를 밖에서 집어넣는 방식이었다면, 이 기술은 발상 자체가 다릅니다. 이미 늙어버린 내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것입니다. 남의 피도, 남의 줄기세포도 필요 없이 내 몸 안에서 시간을 되감습니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

시작은 2006년, 일본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였습니다. 그는 다 자란 쥐의 피부 세포에 4가지 단백질을 집어넣었더니, 세포가 마치 태아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만능 줄기세포 상태로 리셋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른의 세포가 아기의 세포로 변한 것입니다. 이 4가지 단백질, 야마나카 인자는 DNA 위에 쌓인 노화의 흔적(후성유전학적 표지)을 지워버리고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를 재구성해 세포를 기본 상태로 리셋합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업적으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야마나카의 발견 이후 다양한 후속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야마나카 인자를 세포에 적용하되, 젊어지기만 하고 정체성은 잃지 않을 만큼만 적용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2016년 솔크 연구소의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팀은 급속 노화가 일어나는 조로증 쥐에 이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6주간의 치료 후 늙어서 굽어진 척추 만곡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피부, 신장, 위, 비장을 검사하자 치료받지 않은 쥐에서 보이는 노화 징후가 멈추거나 되돌려져 있었습니다. 수명도 대조군 대비 50% 늘어났습니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야마나카 인자 3가지를 쥐의 손상된 눈에 주입해 시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 결과는 2020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이 연구는 우리가 수백 년을 살 수 있다는 첫 번째 희미한 빛"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결과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과학계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였습니다. 러시아 출신 테크 투자자 유리 밀너는 팔로알토 위 로스앨토스 힐즈의 자택에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마스크를 쓴 채 저택 내 전용 극장에 모인 그들이 이틀간 논의한 주제는 단 하나,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젊게 만드는 법"이었습니다. 이 비밀 콘퍼런스에서 태어난 것이 알토스 랩스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밀너가 30억달러의 초기 자금을 투입했고, 야마나카 교수 본인이 과학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습니다. 알토스 랩스는 세계 최정상급 학자들에게 연봉 100만달러 이상과 스톡옵션을 제안하며 영입에 나섰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똑똑한 두뇌들을 한 지붕 아래 모아, "늙지 않는 법"을 풀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드디어 실험실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싱클레어가 공동 창업한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야마나카 인자 3가지를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제 ER-100의 첫 인체 임상을 2026년 1분기에 개시할 계획입니다. 쥐의 눈에서 시작된 실험이 이제 사람의 몸으로 넘어오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의료 시스템을 재편하고, 보험 모델을 뒤엎고, 새로운 생의학적 엘리트 계층을 탄생시킬 수 있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PILOGUE

두 번째 봄

▲가을. (출처=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생성)
▲가을. (출처=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생성)

"모든 사람이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아무도 늙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의 말입니다. 무려 300년 전의 문장인데, 한 글자도 고칠 것이 없습니다. 오래 살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늙음인데,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싶어합니다.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고 늙음은 추한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풀리지 않는 모순입니다.

지금 억만장자들은 늙지 않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고, 역노화 시장은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발짝 물러서 보면 묘한 역설도 있습니다. 그 억만장자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베조스는 아마존을, 올트먼은 오픈AI를, 페이지는 구글을. 그 업적들은 모두 시간을 들여 쌓은 것입니다.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도전한 세월의 산물입니다. 노화란 바로 그 세월이 몸에 남긴 흔적입니다.

물론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에는 나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매일 선크림도 바르고, 운동도 하고, 콜라겐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늙어간다는 사실에 쫓기고, 그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옥죌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젊은 시절 피워낸 푸른 잎들이 더욱 깊고, 아름다운 새로운 색깔로 물드는 시기가 바로 황혼기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 잎이 다 떨어진 뒤에 다음 세대의 밑거름이 되는 것마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어난 노화의 흔적은 부작용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온 길의 그 자체입니다. 주름 하나에 실컷 웃었던 날이 있고, 흰머리 한 올에 힘겹게 버텨낸 밤이 있습니다. 그것을 흔쾌히 안아줄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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