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SH공사 종묘 11곳 불법 시추, 경찰 고발...3자 논의 나서야”[현장]

입력 2026-03-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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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고 더 나은 대한민국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을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16일 오후 한 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제공=국가유산청)
▲16일 오후 한 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제공=국가유산청)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6일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에서 벌어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고 서울시에 대화를 공식 제안하며 이같이 밝혔다.

허 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부지 재개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를 위한 시추 작업을 하는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이 반드시 지키는 절차를 SH공사와 서울시가 간단히 무시해도 되는지 실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시대 유물이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세운4구역에서 무단 시추를 진행한 SH공사를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SH공사가 국가유산청과 아무런 협의 없이 11개 지점에서 38m 깊이로 땅을 파는 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매장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매장유산 유존지역)은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적 조치가 없으면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14일 서한을 통해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유네스코, 3월 말까지 답변 없으면 안건 상정

허 청장은 유네스코 서한의 심각성을 특히 강조했다.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고 답하지 않으면,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가 보존 의제로 상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청장은 “7월 부산에서 열릴 세계유산위원회의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서울시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영향평가를 거부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서울시가 계속 거부하면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영향평가를 강제할 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19일로 예정된 서울시의 심의위원회 개최 보류도 요청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이 참여하는 3자 논의 테이블을 제안했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우선 실시와 인가 절차 중단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눌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국가유산청은 재개발을 원하는 세운4구역 주민들이 제기한 250억원 규모의 민사 소송에는 선을 그었다.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발굴 지연의 책임은 보존 방안을 내지 않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SH공사 측은 매장유산을 어떻게 보존할지 계획을 제출했으나, 2024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이후 SH공사는 현재까지 재심의 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세계유산에 올랐다.

그러나 서울시가 2018년 합의된 종묘 개발 계획을 변경, 지난해 세운4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 높이를 145m로 상향 조정하며 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가유산청은 연일 반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최근 두 차례 만나 사전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협의체 구성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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