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오정근 칼럼] 가격상한제 폐해는 늘 서민의 몫

입력 2026-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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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공급부족 부르고 사회적 후생 감소
자원배분 교란해 경제효율 떨어져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급등 뼈아파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L당 2000원대를 넘보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13일 0시를 기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들어갔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류세 추가 인하,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추진하는 등 유가 급등에 따른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고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L당 1949원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은 1971원으로 휘발유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그보다 훨씬 높은 18%가 넘는 급격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여기에 주유소들이 재고 확보나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면서 유가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30년 만의 첫 사례다.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행 직전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서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겨냥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 자영, 알뜰주유소 등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가격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형성의 시작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어 유통망인 주유소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가장 실효성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가동한다.

가격상한제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정부가 가격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이나 핵심 폐해는 초과 수요로 인한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다. 이로 인해 암시장 형성, 품질 저하, 거래량 감소, 배급제와 같은 비가격적 배분 방식이 발생하여 사회적 후생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가격상한제나 가격하한제 등의 가격통제에 반대한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의 뒤에 포진한 수많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의사결정의 결정체다. 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고 경제활동을 효율적으로 조정한다. 그런데 정부의 가격통제는 희소한 자원의 최적정 배분 기능을 수행하는 가격 메커니즘을 교란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가격상한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다. 2019년 수도권 지역에 광범위하게 적용됐다가 최근 규제 완화로 줄어들었지만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에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상승해 건설단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는 결국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유인을 줄여 수도권 핵심지 주택공급의 급격한 추락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집값 급등을 가져와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시장적 규제로 많은 부작용까지 야기하고 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당첨자에게 큰 시세차익이 돌아간다. 일명 ‘로또 아파트’라고 불리는 청약은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동탄2신도시 분양은 809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높은 경쟁률 때문에 전매권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암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건설업자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주택 품질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가격상한제의 폐해는 언제나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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