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뭐길래…의사들 집단 반발하나

입력 2026-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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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권 침해와 환자 안전 문제 이유로 법안 철회 요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법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이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법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이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담은 법안을 심사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단체들은 처방권 침해와 환자 안전 문제를 이유로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11일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대상으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심사 안건으로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과 공급 불안 상황에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최근 해열진통제, 항생제, 소아용 의약품 등 일부 필수 의약품에서 품절 사태가 반복되면서 환자들이 처방전을 받고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동일 성분 의약품 간 대체 조제를 활성화하면 이러한 수급 불안 문제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상품명이 아닌 의약품의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가 동일 성분 의약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대신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처방하는 형태다.

약사 단체 등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약품비 지출을 줄이고 대체 조제를 활성화해 의약품 선택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일 성분 의약품 간 경쟁이 확대되면 약가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했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약효나 부작용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고 약물 선택 책임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약품 처방은 환자의 질병 상태와 치료 경과, 약물 반응,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가 책임 하에 결정하는 핵심 의료행위”라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은 임상적 판단을 법률로 제한하고 의약품 선택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제조 공정, 원료, 첨가제, 제형 차이에 따라 실제 임상 효과와 부작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단순히 성분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의약품 품절 문제의 근본 원인이 낮은 약가 구조와 생산 유인 부족, 공급망 관리 문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처방 방식을 바꾸는 정책만으로는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서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법안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미 2025년 11월 약사법 개정됐고 필수의약품 수급대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계도 이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도대체 국회가 통과시킨 이 법이 시행되기도 전 의약분업의 근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악법 개정 이유가 무엇이냐. 우리의 처방권이 유린당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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