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초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리보핵산(RNA) 기반 치료제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기존에는 임상시험 결과를 중심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질병 발생 기전과 작용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 어려운 희귀질환 분야에서 임상 부담이 줄어들고 개발 기간과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FDA는 초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세포·분자 타깃 치료제에 대해 기존 임상 중심 허가 체계에서 ‘기전 중심’ 접근을 공식화했다. 질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규명과 생물학적 경로, 표적 유전자 편집 여부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 또 대규모 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자연사 데이터와 기저선 변화 등을 활용해 치료 효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임상 설계의 유연성을 높였다.
특히 하나의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이를 대상으로 단일 임상시험에서 평가할 수 있는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방식도 허용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동일 유전자에 기반한 치료제 개발을 플랫폼 형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향후 유전자 치료제와 RNA 치료제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어 더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높은 약가가 책정되지만 환자 수가 적고 성공 확률(PoS)이 낮아 경제성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돌연변이별로 적용되던 PoS를 단일 유전자 단위로 통합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 자본비용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높은 약가 구조와 유전자 단위 시장 확대가 결합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RNA 기반 치료제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RNA 치료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특정 단백질 생성 과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모달리티(치료접근법)다. 특히 유전 질환이나 희귀질환처럼 질병 원인이 명확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련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릭스와 알지노믹스가 대표적인 RNA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꼽힌다. 두 기업은 각각 지난해 2월과 5월 일라이 릴리와 9000억원, 1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협력 성과를 냈다. 올릭스는 RNA 간섭(RNAi) 기반 플랫폼을 바탕으로 대사질환과 탈모, 비만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일라이 릴리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RZ-003’,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RZ-004’ 등을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