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제3국’에 연관성 요건 삭제
난민 급증 이후 반난민 정서 반영돼
시민단체는 “구조적 인권 침해 우려”

유럽연합(EU)이 망명 신청자들을 연고가 전혀 없는 무연고 국가로 이송할 수 있는 법안을 승인했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EU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이 심사 단계에서 무연고 국가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EU는 기존 망명 절차 규정에 명시된 ‘안전한 제3국’ 조건에서 망명 신청자와 이송 대상 국가 간의 연관성을 요구하는 요건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정부에서는 망명 신청자와 연고가 없더라도 이들을 안전한 다른 국가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가디언은 “망명 절차에 명시된 안전한 국가는 국제적 보호를 신청하는 사람이 국제 기준에 따라 처우받을 수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성인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들의 망명 신청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럽 국가, 연고가 있는 국가 혹은 경유한 국가에서만 심사된다. 이 개정안은 EU 27개 회원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거치면 최종 발효된다.
가디언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EU 회원국들은 과거 영국이 아프리카 르완다 정부와 추진한 방안과 유사하게 EU 외 타 국가의 정부에 재정적 대가를 제공하는 대신 이주민을 수용하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유럽 사회에서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의 여파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되며 유럽 사회는 난민 수용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로 골치를 썩여왔다.
이러한 반난민 정서를 지렛대 삼아 유럽 내 극우 정당들은 점차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 결과 일부 EU 회원국을 제외한 각국 정부는 이민 정책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편 개정안 통과가 발표된 후 유럽 내 여러 시민사회 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번 조치가 구조적인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난민들의 망명 시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망명자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국가로 강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그곳에서 망명자들은 공동체가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으며, 학대와 착취 등 매우 현실적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