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처장 측 "실무진의 보고 신뢰해 승인"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한 건 보안 사고에 따른 조치였다며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 혐의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공개된 후 박 전 처장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전화해 "비화폰 회수가 가능하냐" 물었으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불가능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박 전 처장은 담당자를 통해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을 원격으로 로그아웃했고,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을 비롯한 전자 정보들이 삭제됐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통화 내역 등 전자 정보는 정치인 체포 지시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라고 짚었다.
박 전 처장 측은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처장 측 변호인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본인이 반납 의사를 밝혀 절차대로 처리한 것이고, 홍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의 경우 화면과 아이디 등이 외부에 노출된 보안 사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아이디가 노출돼 허위 정보 전달 등 국정 혼란이 우려돼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취지다.
박 전 처장 본인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는 문외한 수준이라 실무자들의 업무 처리를 신뢰하고 승인했을 뿐, 구체적인 기술적인 것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혼란 시기에 판단에 미흡함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법을 어기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경호처 실무자 등 4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25일부터 본격적인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판부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변론이 종결돼 4월 말에 선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 유기 등 혐의 사건은 같은 재판부가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25일과 다음 달 9일, 19일 총 3차례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4월 2일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