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상인 유입 없어…상인회도 노인층들뿐”
고육지책 운영도 다수…“가게 내놓고 장사한다”

지난달 28일 찾은 부산광역시 중구 국제시장에서 활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은 많지 않았고, 곳곳엔 임대 스티커가 붙은 점포가 보였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판매 방식, 젊은 사장님들의 감성을 느낄 수 없는 점 또한 고요한 분위기를 더했다.
부산은 인구 감소와 젊은 층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시장에서 이런 위기감은 더 선명했다. 손님 대부분이 물건 구매보다는 관광 목적의 방문객으로 보였고, 매대 앞에서 오래 머물며 물건을 고르는 모습은 드물었다.
국제시장에서 40년간 옷가게를 운영해 온 손모 씨(71)는 “국제시장은 관광지화돼서 우리나라 손님보다 중국·일본 등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더 많다. 문제는 그 손님들이 살 만한 물건이 없으니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불가게를 50년 가까이 운영했다는 장모 씨(78)는 “젊은 상인들의 유입도 없다. 부산 자체가 젊은 사람이 줄고 있기도 하고 요즘은 온라인 시스템이 워낙 잘 돼 있지 않나”라며 “상인회에도 전부 70·80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다”고 전했다.

북구의 중심 상권 중 하나로 불리는 덕천동 젊음의거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가 곳곳에 임대 스티커가 붙어있어 상권 붕괴가 현실로 다가온 모습이었다. 젊음의거리에서 17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문봉영 부산 소상공인연합회 북구 지회장은 “2025년 초부터 공실률이 크게 늘었다. 주점 등 야간 장사가 중심인 가게들이라 원래도 낮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요즘엔 저녁에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음의거리라는 말처럼 예전엔 청년층 손님이 많아 젊은 상인들도 다수였는데, 지금은 크게 줄었다”고 우려했다.
젊음의거리 초입에서 6년째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태영 공인중개사는 상가 임대 서류 뭉치를 보여주며 “이렇게 내놓은 가게가 많다. 예전에는 공실 자체가 없던 동네였는데, 이젠 가게를 내놓고 장사를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젊은 상인들의 유입에 대해선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고 장사 여건이 어려워진 게 영향을 주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부산의 전통 상권 붕괴·자영업자 고령화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부산지역 인구구조 변화가 자영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2010년 이후 청년층(15~34세) 순유출이 지속됐다.

부산 지역 청년인구 비중은 2010년 28.2%에서 2024년 21.1%로 감소한 반면, 이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1.3%에서 23.9%로 두배 이상 늘었다. 부산 내 모든 구·군에서 청년인구 비중이 감소하면서, 고령 자영업자 비중 확대(2010년 7.0%→2020년 14.2%), 고용창출형 자영업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은 향후 전망에도 확인된다. 한은의 ‘향후 부산지역 자영업 규모 추정 시나리오 분석’을 보면 부산의 자영업 규모(개인사업체수)는 2023년 약 23만개에서 2052년 약 19만4000개로 15.4%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자영업자 개업률은 2023년 12.7%에서 2052년 3.3%로 줄고, 같은 기간 폐업률은 14.4%에서 4.0%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의 유명 대학 상권인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인근 또한 방학임을 감안해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로변과 중심가 주변에는 비어있는 점포가 적지 않았고, 점심시간에도 식당가의 체감 유동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 지역의 토박이라는 이동호 공인중개사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학생 수가 줄고 대학 문화가 변하면서 젊은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버티지 못하고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분위기를 보면 ‘노인과 바다’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