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차환 비상’…SK이노 등 상반기 만기 2.7조, 금리·업황 ‘이중 압박’[금리 발작과 회사채]③

입력 2026-02-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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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정유·석유화학·에너지 산업 중심 거점 ‘주롱섬’ 전경. 출처 싱가포르도시공사(JTC)
▲싱가포르의 정유·석유화학·에너지 산업 중심 거점 ‘주롱섬’ 전경. 출처 싱가포르도시공사(JTC)
석유화학 업종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금리 시기 발행해둔 회사채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를 맞는 가운데, 석유화학은 업황 부진이 길어지며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상반기 채권 시장의 ‘취약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SK인천석유화학·여천NCC·HD현대케미칼·효성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총 4조76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만 만기 도래액이 3조6550억 원으로 전체의 약 77%가 몰려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만기 물량이 가장 크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만기 도래액은 1조67억 원으로 주요 석유화학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만기액은 상반기 4100억 원, 하반기 5967억 원이다. 만기 규모가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상반기 발행 시장이 위축할 경우 하반기까지 조달 부담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 롯데케미칼 7350억 원, SK인천석유화학 6750억 원, 한화솔루션 5950억 원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만기 물량이 많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형 발행사가 다수 포진해 있어, 석유화학 물량이 상반기 발행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석유화학 업종의 차환 부담은 단순히 만기 규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는 연초부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동시에 올라 차환 비용이 높아진 데다, 석유화학은 제품 마진(이익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금리로 차환을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다.

AA급 회사채 3년물과 BBB급 회사채 3년물 금리가 3%대 후반과 9%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할 경우, 저금리 국면에 발행했던 채권을 동일 규모로 재발행하더라도 이자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같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A등급대 채권은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할 때 가산금리 요구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수요예측이 한 번만 미끄러져도 재발행 전략이 꼬일 수 있어 일부는 만기 전 조기 발행이나 은행 대출·사모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을 병행하는 방식이 함께 거론된다.

정부가 국내 NCC 설비를 최대 25% 수준까지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과 세제·금융 지원을 내놓았지만,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와 중국발 증설로 누적된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업황 반등이 빠르게 나타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 기업들은 고금리 상황에서 신용도까지 악화하고 있어서 만기 회사채를 충분히 차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핵심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과 비용 통제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소극적인 자금조달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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