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승용차 수입은 7% 증가…美 관세 압박 확대 우려

미국의 관세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비관세 장벽이 단계적으로 적용된 뒤 그 영향이 수출 통계에 본격 반영됐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승용차 수출은 전년 대비 13% 줄었고 자동차부품도 7% 감소했다. 전기자동차 수출은 88% 급감해 충격이 가장 컸다. 자동차가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관세 효과가 단기 변수가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2025년 하반기 및 연간 한국의 대미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대미 수출은 215억1600만달러(약 31조 원)로 전년 대비 1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미 전체 수출은 1229억달러(약 179조 원)로 3.8% 줄었는데 승용차 감소분이 전체 감소분의 63%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 감소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승용차 수출은 하반기 7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며 하반기 들어 수출 둔화가 고착화됐다. 승용차에서의 흑자는 수출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억 달러(약 2조 원) 감소한 93억7000만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다.
자동차부품도 동반 부진이 확인됐다. 자동차부품 수출은 76억6500만달러(약 11조 원)로 6.7% 감소했다. 완성차와 부품이 동시에 빠지면서 대미 수출의 ‘주력 축’ 약화가 구조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부품 품목일수록 관세와 원산지 규정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는 사실상 ‘급랭’했다. 전기자동차 대미 수출은 전년 37억달러(약 5조 원)에서 4억5000달러(약 7000억 원)로 87.8% 급감했다. 관세 부담에 더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배제와 배터리 원산지·공급망 요건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판매 전략이 모두 압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가 관세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품목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역방향’ 숫자다. 같은 기간 미국산 승용차의 한국 수출, 즉 한국의 대미 승용차 수입은 6억3900만달러(약 9000억 원)로 7.3% 증가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미국산 차량의 한국 수출은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미국의 관세 및 무역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관세를 더 이상 ‘변수’로 보지 않는다. 이미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물량과 단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남은 불확실성은 ‘다음 규제의 강도’와 적용 범위라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를 압박할 경우 자동차 수출 환경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필요한 특별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적용되는 품목관세와 기타 상호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대응 카드도 제한적이다. 단순한 수출선 다변화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와 보조금 요건, 원산지·공급망 규정이 동시에 강화되는 국면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와 부품 조달 구조 재편 등 공급망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와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