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해킹 SKT, 자체보상안 제시 속내는⋯KT도 과징금 부과 촉각

입력 2026-02-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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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서울시내 SK텔레콤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1월 20일 서울시내 SK텔레콤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SK텔레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에 불복한 데 이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SKT 사례가 해킹 사고에 따른 기업 책임의 기준과 과징금 산정 방식을 둘러싼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3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SKT가 소비자위 조정안을 불수용하면서 조정 절차는 ‘불성립’으로 종결됐다. 소비자위는 조정 신청인 58명에게 1인당 10만 원 상당의 보상안을 결정한 바 있다. SKT는 앞서 개인정보위로부터 부과받은 1347억9100만 원의 과징금에 대해서도 불복해 지난달 19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통신업계에선 SKT가 조정안과 과징금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로 ‘책임 인정의 선례’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꼽는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SKT는 해킹 사고에 대한 기업의 관리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며, 개인정보 유출이 곧 정액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소비자위의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체 보상 규모는 약 2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1347억9100만 원의 과징금도 개인정보위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SKT가 개인정보위에 제기한 행정소송이 승소 목적이라기보다는 ‘적정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산출 근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받으려는 것”이라며 “SKT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SKT 이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구글이다. 2022년 개인정보위는 구글에 이용자 동의 없이 고객 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이유로 69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메타에도 같은 이유로 308억 원의 과징금을 내게 했다. 이와 관련 구글과 메타는 개인정보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1월 개인정보위의 손을 들었다.

과징금 취소소송에선 개인정보위 승소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기업이 이긴 경우도 있다. 쇼핑몰 이용자 20명의 개인정보가 다른 이용자에게 유출된 위메프는 개인정보위로부터 18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캐시 정책 오류가 이벤트 페이지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에 쇼핑몰 전체의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액수를 산정한 것은 과도하다며 위메프의 손을 들어줬다.

통신업계에선 이번 소송이 해킹 사고를 겪은 통신사의 관리 책임 범위를 가르는 기준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T를 통해 선례가 만들어지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있는 KT도 SKT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는 “정부가 기업 매출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해킹 사태에 대한 과징금 산정 기준을 확립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해킹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추후 여론의 평가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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