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 축적과 수익 회수, 후속 프로젝트 확장해야“

넷플릭스 등 OTT의 확산으로 한국영화가 북미 관객에게 이전보다 훨씬 쉽게 노출되고 있다. 다만 OTT를 통한 소비 증가가 K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OTT를 유통 채널로만 한정하지 말고 지식재산권(IP) 축적과 수익 회수, 후속 프로젝트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영화 북미지역 진출 및 공동제작 활성화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는 미국 내 한국영화 소비 구조가 OTT 중심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79.7%가 OTT 등 온라인·모바일 환경을 통해 한국영화를 본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 내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관람한다는 비율은 17.6%에 그쳤다. 소비 저변은 넓어졌지만 극장 기반의 확장은 여전히 제한적인 셈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등 한국영화가 OTT를 중심으로 북미 관객들에 의해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이 같은 성과가 영화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OTT를 IP 축적과 기획개발, 글로벌 유통으로 이어지는 전체 가치사슬 속에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배급 이후 성과에 대한 지원보다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IP 소유 구조와 수익 배분, 후속 활용 가능성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사례가 성공 모델로 꼽힌다. 이 영화는 CJ ENM과 미국의 유명 배급사인 A24 등이 공동으로 제작한 한미 합작 영화다. 한국 스튜디오가 보유한 IP와 제작 역량, 북미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모델로 평가된다.
반면 넷플릭스의 경우 제작비 보전과 안정적 수익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IP 소유권과 후속 활용 권한이 플랫폼에 귀속되는 한계가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제작사가 그 성과를 추가 수익이나 2차 저작물로 확장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크지만, 그 성과가 산업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공동제작 기획개발 지원의 복원 △OTT 비즈니스 마켓까지 포함한 글로벌 비즈니스 매칭 강화 △북미 현지 법률·계약·금융 컨설팅 지원 확대 △북미 영화 산업에 특화된 전담 거점 구축 등이 꼽힌다. OTT와의 협업을 진행하되 플랫폼 의존을 완화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OTT를 통해 한국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북미 시장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성과가 소비로 끝나지 않고 산업으로 남도록 하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