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표적·별건 수사 가능성 우려 표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민간기관이 사법권을 휘두르는 구조가 되는 탓에 적절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의 수사 구조는 ‘발견’과 ‘착수’ 사이에 장벽이 존재한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인지하더라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과 검찰을 거쳐야만 수사가 가능하다. 혐의 입증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고 승인받는 과정은 무리한 수사를 걸러내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인지수사권이 도입되면 이 같은 안전장치가 제거되고 ‘즉시 수사’가 가능한 구조로 바뀐다. 금감원 특사경은 혐의를 인지하는 즉시 자체 판단만으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복잡한 이첩 절차나 외부 통제 없이 특정 기업을 겨냥한 수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금융계와 법조계에서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민간 조직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검사 출신인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특사경 업무를 맡는 직원이 전문성을 갖출 수 없을 정도로 수시로 인원이 바뀌면 전임자의 방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할 위험이 크다”며 “법률적 검토 없이 입건했다가 나중에 혐의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기업 경영 위축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안 변호사는 “일단 입건돼 조사를 받으면 해당 기업은 업무가 중단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견제 수단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기관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진다면 단순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실효성을 일축했다.
물론 인지수사권 도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사금융 같은 민생 침해 금융 범죄는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처럼 검찰을 거치며 수사가 지연되는 중복 절차를 해소하면 범죄 수익 환수와 피의자 검거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수사의 속도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피조사자의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우려도 크다. 수사 효율성만을 강조하다가는 무리한 별건 수사나 표적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과의 수사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합의도 선행돼야 할 과제다.
한편 28일 예정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문제가 거론될지도 관심사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금융위가 금감원 통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수사권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공공기관 지정 카드를 통해 견제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