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상향 조정하며 코스피 5000시대에 발맞춘 자산 배분 전략 변화에 나섰다. 이는 주가 상승기에 발생하는 기계적 매도를 방지하고 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금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채권 비중 역시 23.7%에서 24.9%로 1.2%p 상향 조정된 반면, 해외 주식 비중은 38.9%에서 37.2%로 1.7%p 하향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산 배분 조정에 따라 국민연금 전체 자산 1428조 원(지난해 10월 말 기준)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채권 투자 금액은 당초보다 약 17조 원,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약 7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는 강력한 수급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약 24조 원이 축소되어 외환 시장의 수급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26일 달러-원 환율(1443원)로 계산하면 약 168억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가 줄어드는 셈이며, 결과적으로 달러 환전 수요를 감소시켜 원화 약세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기금위는 이와 함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이탈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SAA 허용 범위(±3%p)와 전술적 자산배분(TAA, ±2%p)을 통해 목표 비중 외에도 최대 5%p까지 추가로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최대 19.9%까지 보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 SAA 허용 범위를 넘어서면 의무적으로 매도를 진행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유예 조치를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파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조선·방산·원자력 등 주도 업종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27일 장중 5050선을 돌파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4500에서 5200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시장 상황이 긍정적일 경우 최대 6000선까지 도달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구조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박 연구원은 "기금위는 자산군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날 경우 허용범위내 있도록 조정하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국내 주식 및 채권 목표 비중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며 "이번 결정으로 국내 주식 및 채권의 수요 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이며, 여타 연기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