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이유는 "체중 및 혈당 관리"
질병예방ㆍ건강관리 인식 일상화
주류기업 저도주 중심 전략 전환
비알코올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

한국인의 술 소비가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 술에 취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과음하지 않거나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급변하고 있다.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즐기는 2030 젊은층이 늘면서 대학가와 유흥 상권에서 흔히 보던 ‘부어라 마셔라’식 음주 문화가 쇠퇴하고 있는 것. 위기감이 커진 주류 기업들은 무알코올 음료를 확대하거나 이종산업까지 넘보며 ‘살길’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발표한 ‘식문화 트렌드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49.1%가 ‘1년 전보다 음주 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다. 음주를 줄인 이유로는 ‘체중·혈당 관리’가 44.3%로 가장 많았다. 저당 식단과 혈당 관리가 일부 다이어트 트렌드를 넘어 일상적인 자기 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술 역시 관리 대상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음주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대의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64.8g으로 60대(66.8g)보다 낮았다. 과거 가장 많은 술을 마시던 연령층이었던 20대의 음주량이 고령층보다 적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건강지능(HQ)’의 확산을 꼽는다. 질병 치료나 의료적 처치 못지않게 일상 속 생활습관과 꾸준한 관리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30세대는 혈당 관리를 고려해 식단을 구성하고, 항노화와 피부 컨디션 개선을 위한 화장품을 선택한다. 편의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간식처럼 쉽게 구매하고,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고르다가 영양제 등 이너뷰티 제품을 함께 고르는 소비도 낯설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주류 시장의 상품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주류 기업들은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를 낮춘 저도주 제품을 앞세워 ‘가볍게 즐기는 술’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취기 대신 2030세대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서며 일반 소주 수출액을 추월했다.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닌 ‘컨디션을 해치지 않는 선택적 음주’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저도수 와인도 인기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지난해 알코올 도수 8~9도, 125mL 기준 70㎉ 이하로 설계된 ‘디아블로 비라이트’ 로제와 레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무알코올 제품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는 알코올 도수 0.0%의 무알코올 맥주 ‘칼스버그 0.0’을 출시하며 국내 무알코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운동이나 러닝 이후 여가 활동 중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상황에서도 맥주 특유의 맛과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술의 대체재로 한정하기보다 음료 소비 전반의 역할과 범위를 재편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줄어든 술 소비를 극복하기 위해 주류 기업들도 잇달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 중이다. 일반음료·푸드테크·기능성 식품 등 비알코올 분야로 확대, 화장품 사업까지 넘보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게 술은 더 이상 습관적인 소비가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요소가 됐다”며 “건강을 중심에 둔 소비 인식 변화가 주류 산업 전반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