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많이 풀어서 환율이랑 부동산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자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작심한 듯 이같이 답했다.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총재가 이처럼 직접적인 감정표현을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자회견 중 별도의 설명시간을 갖는 것 또한 사상 처음이지 싶다.
한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6일 ‘한국은행이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으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는 주장의 심각한 오류’, 19일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 20일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제목의 한은 블로그를 연달아 내놨다. 특정 논란에 한은이 이처럼 적극 대응하는 모습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의 발단은 일부 경제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주범으로 한은과 이 총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리를 보면 환율 상승 원인은 이 총재 재임 동안 광의통화(M2)를 급격히 늘렸고, RP 매입을 확대했으며, 국고채 단순매입을 단행해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다 못한 기자도 지난해 12월 30일자 ‘전문기자의 눈’에서 ‘한은이 1.5조를 풀었다고?’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주장이 상당 부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며, 그중 하나만 짚어 국고채 단순매입 관련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이들 유튜버의 문제는 논리도 논리지만 사실상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이들 유튜브를 보다 보면 ‘한국 경제 망해라’ 같은 저주가 담긴 듯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달린 댓글은 더 가관이다. ‘이 총재를 잘라라’라는 글은 그나마 양반이다. 육두문자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다수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소위 요즘 제일 영향력 있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경제금융 관련 전문가와 점심을 한 적이 있다. 당연히 환율이 화두에 올랐는데, 환율 상승 원인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이유인즉슨 정치적 편향성에 갇혀 내 편 논리가 아니면 쏟아내는 비판들이 많아 두렵다는 것이다.
경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여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기 딱 좋은 재료다. 당장 환율 상승이 문제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도 맞다. 하나 무분별한 주장은 자제돼야 한다. 독자들도 그럴듯한 주장에 현혹되기보단 꼼꼼히 따져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저자 제임스 볼은 “명확성은 민주주의의 토대이지만 혼란은 독재자의 도구다. 저질 정보, 망상,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를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만드는 주요 동기는 이윤”이라고도 짚었다. 독자들이 곱씹어 볼 대목이지 않나 싶다. kimnh21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