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가맹금 자체는 불법 아냐⋯쟁점은 합의 여부
프랜차이즈업 위축 우려⋯“피자헛은 특수사례”

대법원이 ‘한국피자헛(피자헛)은 가맹점주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미 약 20개의 브랜드 가맹점주가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소송을 앞둔 일부 프랜차이즈기업들은 자신들은 피자헛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는 이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 차액가맹금 수수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면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자헛은 가맹점 사업자 양모 씨 등 94인으로부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받은 차액가맹금 215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차액가맹금’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상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모델은 크게 차액가맹금과 로열티로 나뉜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에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로열티는 본사가 시스템 등 사용 대가로 가맹금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취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대다수가 차액가맹금 모델을 택하고 있다.
차액가맹금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본사가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했는지 △마진율이 과도하지 않게 본사와 가맹점주가 합의했는지 등이었다. 재판부는 양자 사이 ‘별도 합의’가 없었고,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을 지급하라는 명시적 조항을 두지 않은 점을 들어 본사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피자헛은 회생절차 및 관계 법령, 법원의 감독 아래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성실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자헛 측은 “모든 가맹점이 정상 영업하고 있고, 이번 판결로 인해 가맹점 운영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채권자 보호, 가맹점 사업의 안정적 운영, 그리고 소비자 신뢰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회생절차의 안정적 진행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자헛의 대법원 최종 패소로 프랜차이즈업계는 파장이 불가피하다. 앞서 지난해 피자헛 2심 패소 이후 교촌치킨, BHC,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20여개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를 요구하는 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여왔다. 일단 가맹본사를 대표하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이번 선고는 수취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금이라는 원심을 확정해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차액가맹금은 국토가 넓지 않아 물류공급이 용이하고, 영세 가맹본부가 많은 국내 환경 특성 때문에 상표권 사용 대가인 로열티 계약이 어려우며 매출 누락 등 로열티 회피 가능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상거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영세·중소 브랜드가 대다수인 업계 특성상 유사 소송이 확산할 경우 줄폐업 사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134만 산업 종사자들도 고용축소, 경영애로 등 타격이 예상되며 K프랜차이즈 해외진출마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프랜차이즈기업들은 이번 피자헛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피자헛은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내용이 없었고, 차액가맹금 외 로열티와 광고비를 별도로 받고 있었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사업 초기부터 대부분 업체에 확산한 내용으로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피자헛은 로열티 모델로 운영하다가 점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차액가맹금을 수취해 문제가 됐다는 것.
한 대형 프랜차이즈기업 관계자는 “이번 피자헛 판결은 해당 브랜드만의 특수한 계약 관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이례적인 결과로 보인다”며 “계약서나 정보공개서에 수취 근거와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맹점과 합의해 온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이번 사례와는 법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기업 관계자는 “피자헛과 달리 다른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로열티를 별도로 수취하지 않는다”며 “2024년 가맹사업법 개정되면서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제도가 바뀌어 기업들은 해당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로열티 모델 전환에 대해선 중장기적 과제이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본사 입장에서는 매출 비례 수익 배분을 위해선 가맹점 매출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가맹점에서 매출을 축소 보고하면 알 방법이 없다. 점주 입장에선 본사가 로열티를 받으면서, 공급 물품에도 마진을 붙여 이중수취하면 이 역시 점주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면 평가 가점을 주는 등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를 위한 제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