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아심장 전문의의 고령화와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겹치면서 지방 진료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지속 가능한 전국적 소아심장 전문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형태 양산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수술 건수가 2013년 2508건에서 2023년 1588건으로 약 40% 줄었다. 반면 고난도 수술 비중은 2012년 42.9%에서 2022년 54.1%로 오히려 증가했다. 전체 환자 수는 줄었지만, 치료 난이도는 높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화로 환자 이동 거리는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30㎞ 이하 이동 환자는 감소한 반면, 200㎞ 이상 장거리 이동 환자는 늘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환자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으며,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심장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 수도 고령화에 직면했다. 국내 활동 중인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27명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50세 이하는 12명뿐이다. 장기간 수련, 과도한 업무 강도, 지역 거점센터 소멸로 인한 교육 기회 감소 등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출산율 저하로 소아 환자는 줄고 있지만, 성인이 된 선천성 심장병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며 “2005년 11.1%였던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 비중이 2017년 31.8%까지 증가했다. 환자는 사라지지 않는데 이를 담당할 전문의는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상권, 호남권, 대전·충남권 권역의 경우 선청성 소아심장병의 수술과 시술 건이 2015년 대비 2024년 모두 30~40% 감소했다. 이런 구조는 지방 거주 환아와 보호자에게 장거리 이동·숙박 등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 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권역 기반 선천 심장병 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가 지역 의료진 이탈, 교육 기회 축소, 응급 환자 치료 공백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화진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선택권이 있는 보호자의 약 90%가 서울로 이동하고, 지방 병원에는 이동이 불가능한 중증·응급 환자만 남는다”며 “이 구조가 반복되면 지역병원의 성과 악화, 불신, 환자 이탈이라는 악순환이 고착화된다. 주 1~2회 수술, 연간 50건 이상이 돼야 소아심장 의료진의 숙련도가 유지되는데 지방 병원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박천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수술 가능 병원이 수도권에 7곳, 경북 2곳, 전남·강원 각 1곳에 불과하고 충북·전북·제주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양질의 근무 환경과 안정적인 수술 물량, 국가 차원의 인력·시설 투자 없이는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게 시행되고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지만, ‘위험하고 결국 사망한다’는 오해가 여전히 많다.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다”라면서 “현재 10%인 산정특례 본인부담을 출생부터 교정 완료 시까지 0%로 확대해 국가가 전액 책임져야 한다. 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임신 포기 사례를 줄이고 출산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천성 심장병은 출생아의 약 1%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숫자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저출생 시대에 아이 한 명 한 명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면 결코 방치할 수 없는 필수의료 과제”라며 “환자는 지역에 있지만 병원과 의료진은 수도권에 집중된 무정부적 공급 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다. 지역별 수요에 맞춘 체계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