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합병, 미국은 공습…국가 주도 재편에 정유업계 ‘고심’

입력 2026-0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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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노펙–CNAF 합병…정유 시장 경쟁 심화 전망
美 베네수엘라 공습은 정제마진 개선 기대 키워
국가 전략이 흔드는 원유 시장…국내 정유사 불확실성↑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글로벌 원유 시장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수급과 가격을 좌우하던 시장 논리보다 각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앞서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정유·항공유 공급망을 통합하는 초대형 합병을 추진하고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둘러싼 군사·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며 국내 정유업계도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중국항공유료그룹(CNAF)의 합병을 승인했다. 시노펙은 세계 최대 정유업체이자 중국 최대 항공유 생산기업이며 CNAF는 아시아 최대 항공유 서비스업체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항공유 생산부터 급유까지 전 과정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중국의 항공유·석유제품 가격 경쟁을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 정부 주도의 저가 공세가 현실화할 경우 항공유는 물론 정유 시장 전반으로 가격 압박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정유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둘러싼 강경 대응과 맞물려 있다. 최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정유사들의 중질유 수급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조달 경로를 간접적으로 제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으로 본격 유입될 경우 원유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약 2% 수준에 불과한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비중은 향후 9%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 원유 수입 상위권을 차지해 온 캐나다와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 아시아로 수출 물량을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 생산 확대를 지원할 경우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은 미국 내 점유율을 잃고 중질 원유를 소화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아시아 시장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중질 원유가 넘쳐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가별 정치·군사적 판단이 원유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가격 변동 요인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중장기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의 국가 주도 인수합병(M&A)은 국내 정유사의 제품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과거 셰일가스 혁명 당시와 유사한 환경을 재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공식판매가격(OSP)을 인하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높은 정제마진을 기록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정학적 이슈들이 당장 국내 정유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과 국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원유 교역 구조 등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가격 협상력과 마진 예측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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