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시스템이 만든 디즈니월드의 마법

입력 2026-01-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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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인 생활문화부 기자
▲ 정영인 생활문화부 기자

‘꿈이 이루어지는 곳’ 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곳’. 모두 세계적인 테마파크 월트 디즈니 월드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문구다. 환상과 동심의 언어로 읽히는 해당 세계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즈니월드에서만큼은 누구나 자신이 상상하는 즐거움을 어떠한 어려움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의미라는 생각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를 찾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도 화려한 퍼레이드나 불꽃놀이, 거대한 어트랙션은 아니었다. 어디로든 눈을 돌리면 보이는, 테마파크 곳곳을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전동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 이용객들이었다. 특별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에 눈길이 갔다. 걸음이 불편한 노인도, 이동에 제약이 있는 모두가 온종일 제약 없이 테마파크를 누비고 있었다.

정점은 새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였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방문객들은 ‘뷰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2, 3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를 찾아 차가운 바닥에 앉아 대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앙 명당자리에 이동 제한이 돼 있는 것을 다시 보니 이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별도 구역이 마련돼 있었다. 휠체어나 전동 스쿠터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자리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점을 시스템적으로 고민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자리는 준비돼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국내 테마파크나 대형 축제 등에서 우리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당연히 와서 즐긴다”는 전제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있을까. 꽤 오래전 조사이긴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생활만족도는 55.8%였지만, 여가활동 만족도는 43%에 그쳤다. 주요 여가활동도 여행은 5.4%, 스포츠는 3.1%에 불과했다.

디즈니월드의 마법도 특별한 게 아니다. 대신 누가 와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과 동선, 규칙에서 모두의 동등한 즐거움이 실현되고 있었다. 모두가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선택한 결과다. 비현실적인 힘이 아닌 시스템에서 마법이 탄생하는 것이라면 우리라고 마법을 펼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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