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등장 '당명 교체' 카드…"국힘, 간판 갈이 아닌 제대로 혁신해야"

입력 2026-01-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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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이기는 변화’ 승부수…쇄신으로 이어질지 미지수
정치계 혹평…“국민 기만 쇼…영향 있다면 매년 당명 바꿀 것”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2026.1.7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2026.1.7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동혁 대표가 혁신 구호로 내세운 ‘이기는 변화’의 출발점으로 당의 가치와 방향을 새로 정립하겠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내용 없는 간판 교체는 오히려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관련 전 당원 의견 수렴 조사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방식은 전화 자동응답(ARS)으로 사실상 ‘당명 개정 찬반’을 묻는 일종의 내부 국민투표 형식이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당명 변경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12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2017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2020년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바뀐 데 이어 같은 해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다시 단 것까지, 굵직한 간판 교체는 위기 국면마다 반복됐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정치권에선 해석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당명은 메시지의 껍데기에 불과하고,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정치 구도와 후보, 리더십”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반대로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 최소한 ‘리셋 신호’를 주는 효과는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당명 개정 추진의 특징은 ‘전당원 의견 수렴’이라는 형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계엄 논란 책임 공방, 계파 갈등, 지방선거 공천 룰 논쟁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장 대표가 당의 방향 전환을 ‘당원 참여’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비판 진영의 시각은 다르다. 갈등이 깊을수록 ‘전당원’ 프레임은 결국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분산시키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명 변경이 공천 개혁·세대 교체·정책 대전환 등 실질적 혁신 패키지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이번에도 ‘간판 갈이 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지방선거에 미칠 실제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명을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게 ‘지금까지 잘못했다, 완전히 새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당 이름 자체가 국민에게 혁신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명을 바꾸면서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거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꿀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여주기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같은 당명 교체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간판 바꾸기”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얼마나 바꾸기 싫으면 이런 쇼까지 하느냐’는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만약 당명 교체가 선거에 실질적 영향을 준다면 여야가 1년에 한 번씩 당명을 바꿨을 것”이라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학계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지 세탁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요즘처럼 당명을 자주 바꾸는 상황에서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고 혹평했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이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율이나 내용물은 달라진 게 없었다”며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위 봉투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명 교체는 장동혁 대표가 당권을 쥐기 위해 쇄신을 흉내 내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할 게 없다’는 고백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은 메신저에 문제가 있어 어떤 메시지를 내도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당과 정치인의 이미지는 한 번 굳어지면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과 야당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국민의힘이 하락하는 배경에는 이런 메신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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