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추워요" 지귀연 판사, 30분간 '춥다'만 세 차례 반복한 이유는

입력 2026-01-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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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종합청사, 오후 5시 30분 이후 난방 안돼
야간 재판 늘었지만 운영 기준 그대로…"요청 시 연장 검토"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에게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에게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법정 추워요. 춥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주세요. 기자님들, 기사 써줘요. 그래야 (법원행정처) 처장님도 예산 투입하지. 우리가 얘기하면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라고 한다니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던 지귀연 부장판사는 6일 오후 6시를 넘기자 "춥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오후 6시부터 30분간 같은 말을 세 차례 했다. 지 부장판사는 곧바로 "농담"이라며 "(기사) 쓰면 큰일 난다"고 덧붙였지만, 영하 6도의 날씨가 그 말을 가볍게 만들지 못했다.

이날만의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겨울철 오후 6시가 넘어가면 법정 안 체감 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는 것이 법정에 드는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시간이 지나면 방청석에서는 벗어두었던 외투를 다시 걸치는 모습이 늘어난다. 이 시간대부터 법정이 빠르게 식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냉난방 설비는 중앙집중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집중식 냉난방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설비로 관리·제어하는 방식으로, 구조상 개별 법정 단위에서 온도를 조절하기는 어렵다. 법원 측도 일부 개별 난방기가 설치된 법정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개별 조정은 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냉난방 시스템이 '재판 일정'이 아닌 '근무 시간'을 기준으로 가동된다는 점이다. 법원에 따르면 법원 청사 난방 설비는 통상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가동된다. 전날 지 부장판사가 심리를 진행하던 424호 법정 역시 오후 5시 30분까지만 난방 설비가 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5시 30분 이후 난방이 종료되는 배경에는 대법원 행정예규에 따른 에너지 절약 지침이 있다. '소비절약 추진지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근 30분 전부터 난방 설비 가동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난방은 업무시간 내에만 가동되고, 재판이 있더라도 재판부의 개별 요청이 없으면 원칙대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은 계속되는데 건물은 퇴근 모드에 들어가는 셈이다. 법정 단위로 난방을 추가 가동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법정은 층고가 높고 출입문이 자주 열리는 구조인 데다, 오후 들어 난방 출력까지 줄어들면 체감 온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해가 지고 외기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 저녁에는 "갑자기 추워졌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을 중심으로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이 늘면서 공판이 저녁 시간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잦아졌다.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은 신속 심리가 요구돼 판사들이 근무 시간을 넘겨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청사 운영 기준은 여전히 주간 업무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의 모습 (뉴시스)
▲사진은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의 모습 (뉴시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정 환경을 단순한 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시간 재판이 이어질수록 물리적 환경이 재판 집중도와 절차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지 부장판사는 증거 인부 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추운 법정을 여러 차례 화제로 꺼냈다. 그는 "시간이 가니 추워서 힘들지 않느냐"고 말을 건네는가 하면, "대법원 홈페이지에 추위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가야 예산이 움직일 것"이라는 농담도 던졌다. "춥게 해야 (의견) 정리가 빨리 된다"는 말도 했다.

법원 청사를 오가는 변호사들 역시 겨울철 야간 재판이 진행되면 체감 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다 보면 모를 때도 있지만, 추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법원 공무원도 "오후 6시까지라도 난방이 유지되면 감사하다"며 "오후 5시에 꺼질 때도 있다"고 했다.

법원 측은 현재까지 난방 설비 가동 시간 연장 요청이 접수된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의 개별 요청이 있을 경우, 난방 가동 시간 연장 여부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뿐 아니라 경찰도 수사 물량이 몰리며 일과 시간 외 수사가 일상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정치·경제 분야 대형 사건이 경찰로 집중되면서 수사 병목 현상이 심화됐고, 검찰 직접 수사 범위 축소 이후 현장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부 경찰서에서는 조사실 예약이 밀리면서 평일 근무시간을 벗어난 주말 저녁 시간대까지 피해자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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