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재정 압박 구조 고착화...“고등교육 국가 책임 확대해야”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규제 완화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함께 요구하는 배경에는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 구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도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 단계에서의 공적 재정 투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 규제만 강화될 경우 대학 재정 압박이 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OECD의 ‘교육지표 보고서 2024(202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OECD 평균(약 68%)보다 20%포인트(p) 이상 낮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국가 책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대학 단계로 갈수록 민간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등록금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위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OECD가 구매력지수(PPP) 기준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 기준 한국의 국공립대 학부 등록금은 연간 5171달러, 사립대는 927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국공립 157달러, 사립 5509달러), 프랑스(국공립 252달러), 핀란드·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국공립·사립 모두 0달러)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 사립대 등록금도 일본(1만104달러), 호주(1만978달러)보다는 낮지만 이탈리아(6463달러), 리투아니아(5141달러) 등 다수 유럽 국가보다는 크게 높다. 공적 재정 투입은 OECD 평균에 못 미치지만, 학생과 가계가 부담하는 등록금 수준은 중상위권에 위치하는 구조다.
이 같은 재정 구조는 사립대 중심의 대학 체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최근 정부 재정지원이 확대됐음에도 사립대 수입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0% 안팎에 이른다. 국고 보조금 비중이 늘었지만, 대학의 기본 운영비 상당 부분을 등록금이 떠받치는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선진국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인식해 등록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상징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대부분의 공립대학에서 등록금을 폐지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고등록금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과 소득 연계 상환 제도를 통해 학생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중소·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우수한 교원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시설 투자와 도서·기자재 구입비, 실험·실습비가 줄어들면서 교육 여건 전반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불거진 등록금 인상 한도 규제 논란 역시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OECD 최하위권에 머문 고등교육 공공지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는 동안 이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사립대 환경이 지속적으로 열악해졌고, 그 부담은 학생들에게 전가됐다”며 “중등교육에 치우친 재정 구조에서 벗어나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