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경색에 시행사 급감⋯민간 주택공급 ‘경고등’

입력 2026-01-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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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실제 주택사업을 담당하는 시행사와 사업자는 현재 초죽음 상태입니다. 지방에 미분양이 1건만 있어도 추가 사업할 여력이 안 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민간 주택 개발을 담당하는 시행사들이 빠르게 줄고 있다. 최근 3년간 400곳 넘는 디벨로퍼(시행사)가 시장에서 이탈하며 주택 공급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전국 디벨로퍼 업체 가운데 213개사가 폐업하고 49개사가 등록 취소되며 총 262개사가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은 146개사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디벨로퍼 업체 수는 계속 줄고 있다. 매년 12월 기준으로 △2022년 2715개사 △2023년 2657개사 △2024년 2408개사 △2025년 2284개사로 감소 추세다. 최근 3년간 431개사가 시장에서 이탈했다.

특히 2023년부터는 신규 등록 업체보다 폐업 업체가 더 많아졌다. 2021년에는 454개사가 신규 등록하고 폐업은 294개사였지만 2023년에는 신규 등록 254개사, 폐업 278개사로 수치가 역전됐다. 고금리와 시장 침체, PF 시장 경색, 비주거 시장 미분양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업계에서는 토지 매입 이후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택 개발사업은 통상 부지 매입 계약과 함께 브릿지론을 받아 토지를 확보한 뒤 인허가를 거쳐 본 PF를 일으켜 나머지 토지비와 공사비 일부를 조달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PF 시장 경색으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의 전환이 막히면서 자금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는 300가구 규모 주상복합 사업이 인허가를 받은 이후 PF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철회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PF 조달이 막히면서 디벨로퍼의 사업 중단과 이탈이 이어지자 민간 주택 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벨로퍼는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 사업 구조 설계까지 민간 주택 공급의 출발점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시행사 감소는 신규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행사들이 가장 크게 겪는 어려움은 자금 조달”이라며 “토지 계약 단계에서부터 브릿지론이 막히면서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토지 계약 시 계약금은 10% 수준이지만 실제로 시행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은 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나머지는 브릿지론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해 왔는데 지금은 자기자본 여력이 없는 시행사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에는 이미 공급 부족이 누적된 상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인허가와 착공 물량, 공공택지 사용 가능 시기 등을 토대로 올해 주택 공급 물량을 예측한 결과 △인허가 400가구 △착공 320가구 △분양 240가구 △준공 250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2017~2021년 연평균 공급 물량과 비교해 준공 물량이 51% 급감하는 수준이다. 착공은 39.3%, 인허가는 27%, 분양은 24.8%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PF 시장의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들이 ‘남의 돈’에 의존해 고위험 PF에 나서는 구조를 사전에 걸러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현실을 감안해 기준을 2027년 5%부터 2030년 2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예를 들어 2030년부터는 총 사업비가 100억 원인 PF의 경우 시행사가 최소 20억 원의 자기자본을 부담해야 금융회사가 대출할 수 있다. 다만 공적 보증을 받았거나 사업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자기자본 비율이 20% 미만이더라도 예외적으로 취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기준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적용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PF 리스크 관리 강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민간 주택 공급의 핵심 주체인 디벨로퍼들이 과도하게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행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PF 시장 경색이나 자본 요건 강화 같은 금융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는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 분야까지 전반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시행사들이 신규 사업에 나서기 어렵고 결국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은 “PF 리스크 관리 강화는 필요하지만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까지 일률적으로 묶이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분양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시행사의 신용도와 개별 사업을 분리해 PF를 지원하는 등 민간이 다시 공급에 나설 수 있는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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