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요람서 무덤까지 달라진 생활공식
4인 이상 393.9만 가구, 10년 넘게 줄어
유통가, 1인용ㆍ가성비 ‘적정소비’ 전략
복지ㆍ주거정책 상당수 가족 단위 설계

대한민국 ‘가구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4인 가구를 표준으로 삼던 ‘가족의 시대’가 저물고 1~2인 가구 중심의 ‘개인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소비·금융·보험·주거·헬스케어 시스템도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는 1012만2587가구를 기록하며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2020년 906만3362가구로, 900만 가구를 넘어선 지 4년 만이다. 그야말로 ‘나혼자 산다’가 대세가 된 것이다.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중도 2020년 39.2%에서 2024년 42%로 늘었다. 2인 가구도 2020년 540만4332가구에서 2024년 600만5284가구로 증가했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같은 기간 461만3754가구에서 393만8695가구로 급감했다.
이러한 가구 구조의 지각변동은 소비 패턴부터 바꾸고 있다. 한 번에 많이 사서 나눠 쓰던 소비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적정 소비’가 일상이 됐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소포장 간편식을 확대하고 근거리 배송에 힘을 주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업계는 1인분 메뉴 확대,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비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전양판업계는 크고 많이 넣을 수 있는 가전 대신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냉장고·청소기 등을 잇달아 출시 가성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다.
금융권은 ‘가족 보호’ 중심의 설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혼자 살며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인구가 늘면서 개인 단위 재무설계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주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중·대형 평형 아파트 선호가 약화하고, 중소형 주택과 단독 생활에 최적화된 거주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면적보다 관리 편의성, 옵션 구성,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 주거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됐다. 헬스케어 분야에선 아플 때 의지할 가족이 없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원격 건강 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제도 변화 속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복지·주거 지원 정책 상당수는 여전히 가족 단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급변한 가구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자문 위원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식주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들은 과거 4인 가구를 표준으로 삼아 짜여져 있다”며 “이제는 1·2인 가구도 또 하나의 표준으로 인식하고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정책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