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역설 “기업 목소리는”…첨단협회 점령한 ‘관피아’ 논란

입력 2026-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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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교 역할" vs "혁신동력 잠식"
부처 출신으로 채워진 협회 부회장직
일부 회장직도 산업부 출신 인사 내정
“중요할 건 산업부 유리한 결정” 불만도

'정부 가교' vs '혁신의 족쇄'.

첨단산업 협회들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시기에 줄지어 산업통상부 출신 전관을 영입하자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부처 소통’, ‘통상 전쟁 방패’라는 기대와 ‘기술 문맹 행정가’라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관(官)의 논리가 민간의 혁신 동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 주요 산업 협회의 상근부회장 상당수가 산업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 같은 인선은 정부 정책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부처와의 소통 창구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통상 협회 회장직은 회원사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순환 형태로 맡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근부회장은 협회 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정책 대응, 대외 협의, 내부 의사결정 조율을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일부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상근부회장의 출신 배경이 협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장은 회원사 대표가 맡아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상근부회장은 부처 출신 인사가 사실상 실무를 담당하는 구조”며 “중요한 사안에서는 업계 입장보다 정부 시각이 우선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근부회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의견도 있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근부회장 선출 과정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후보자를 두고 의결을 거쳐고 상근부회장을 뽑지만 이는 형식일 뿐, 사전에 내정된 부처 출신 인물을 추인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고 전했다. 최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본부장을 협회 회장으로 추천하는 듯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부처와 정치권이 협회 인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기업인 출신 인사는 상근부회장뿐 아니라 회장직도 마찬가지다. KAMA의 강남훈 회장과 대한석유협회의 박주선 회장 역시 산업부 출신 인사다. 회원사 다수가 외국계이거나 회원사들의 여건이 좋지 못한 경우 기업인 출신이 아닌 인사가 회장을 맡는 것이 이유이지만,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비전문가들이 협회를 이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정치권 인사와 협회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간간이 불거진다. 과거 최민희 전 의원이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맡았을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이력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 단체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규제를 하던 입장에서 산업계를 잘 대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와 소통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회장은 기업인, 상근부회장은 정책 경험이 있는 인사로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인 구조일 수 있다”며 “부처 또는 정치인 출신의 인사라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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