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발탁 후폭풍…여권서도 “국정 철학 충돌” 우려

입력 2025-12-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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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자는 보수진영 출신 인사로,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자는 보수진영 출신 인사로,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명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국정 철학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불과 1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거부권 행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후보자는 당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입법”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런 과거 발언과 행보가 기획예산처 수장으로서의 적합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혜훈 후보자께서는 자신의 윤석열 탄핵 반대 활동에 대해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심지어 윤석열 석방을 요구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판단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중요한 역할을 그 정도 판단력도 없는 분이 수행할 순 없지 않나. 기획예산처장 같은 중요한 역할도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이 아니라 분위기에 따라 할 거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혜훈 후보자 본인은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사과하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국민께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1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올라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조치는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며 “윤 대통령 체포 과정도 불법이다. 내란죄 수사 권한 없는 공수처가 체포에 나선 것, (영장도)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고 집행에 있어서도 사실상 공수처가 주도한 것까지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이라고 하는 의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윤석열을 옹호했던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 분명하게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죄할 건 해야 된다”고 말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전날(28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후보자에게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날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문란에 찬동한 이들도 통합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가세했다.

당내 기류도 곱지만은 않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경제통 의원들도 하마평에 올랐던 것으로 아는데 의외”라며 “당내 중진 의원이 이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황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의 과거 탄핵 반대 발언에 당내 반발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당내 반발은 구체적이지는 않다”며 “(이 후보자 지명은) 대한민국 발전을 판단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전 의원) 본인이 이재명 정부의 실용 경제 정책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단순한 전문성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와 국민적 정서에 부합할 수 있는지까지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기용을 둘러싼 우려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책적 성향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 반대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는 점에서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7일 페이스북에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소상공인까지 범법자로 만들 위험이 있는 입법들로부터 대한민국과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밖에 행사할 수 없었던 대통령을 지킬 호위무사를 국회로 보내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재정 지출을 늘린다고 경제 활성화로 그대로 가지 않는다는 연구가 많다”며 재정 확대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한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이 전 의원이 운영하던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는 과거 게시물을 볼 수 없게 닫혀 있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했던 말들을 다 주워 담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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