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특검을 끝으로 이른바 ‘3대 특검’의 시간이 일단락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파면과 연이은 특검 가동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이 시기 사법부는 정치적 사안과 맞물린 판단을 반복해야 했다. 개별 사건의 숫자보다 판단에 실린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됐다.
출입 기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 과정은 더욱 빠르게 흘러갔다. 연일 이어진 수사 브리핑과 법원 일정, 속보 경쟁 속에서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사안이 과연 국민 모두의 관심사일까. 아니면 정치권과 법조계, 출입 기자들만의 시간일까.
특검 국면에서 반복되는 오해가 있다. 의혹은 곧바로 혐의로 받아들여지고 혐의는 다시 유죄처럼 소비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의혹은 사실 확정이 아니고 기소 역시 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이 간극은 더 크게 벌어진다. 그럼에도 수사와 재판의 전 과정은 이미 사회적 판단을 한 차례 거친 뒤다.
판사들이 정치 사건을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결은 법리에 따라 내려지지만 평가는 정치의 언어로 번역된다. 결론이 무엇이든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사법 판단이 정치적 시선으로 소비되는 순간 재판은 설득력을 잃고 신뢰는 조금씩 사라진다.
형사사법 자원은 한정돼 있다. 특검이 꾸려질 때마다 검사와 수사관, 법원 인력은 정치 사건에 집중 투입된다. 그 사이 일반 국민의 사건은 수사기관과 법원 곳곳에 쌓인다. 수사 단계부터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재판으로 넘어간 사건 역시 장기간 대기하게 된다. 사건 적체 속에서 민생 사건의 지연은 개별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담으로 굳어졌다.
최근 다시 2차 종합특검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제도 논의와는 별개로 이제는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수사력은 어디에 쓰이는 것이 맞는가. 정치의 요청에 형사사법이 계속 응답해야 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