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연제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적 격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총선 당시 ‘단일 후보 전략’으로 선전했던 친여권 진영이 이번 구청장 선거에서는 각 당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 채비에 나서며, 이른바 ‘친여권 삼국지’ 구도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연대를 강조해온 정치 세력이 정작 지방권력 재편의 갈림길에서는 각자 계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연제구 구청장 선거 출마가 유력한 인물은 진보당 노정현 부산 시당위원장, 조국혁신당 류제성 부산 시당위원장,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정식 연제구 지역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이 위원장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잇따라 열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출마 의지를 드러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식 위원장의 움직임은 단순한 몸풀기 수준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조직 결집과 지지층 재확인을 동시에 꾀하며, 구청장 선거를 전제로 한 정치 일정에 이미 돌입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만큼은 연제구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비교적 분명하게 형성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불거졌던 부산시당과 연제구지역위원회 간의 엇박자가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지역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시에는 공천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가 노출됐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당과 지역 조직이 사전에 교감하며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지역 인사는 “총선의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민주당 내부에서 큰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민주당만의 계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역시 연제구를 전략 지역으로 보고 있어 친여권 내부 경쟁은 불가피하다. 비록 중소정당이지만, 두 당 모두 연제구에 시당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 정치에서는 각자의 존재감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딜레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나 선거연합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되지만, 각 후보가 이미 일정한 정치적 자산과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상황에서 쉽게 정리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일화는 원칙이지만, 막상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끝까지 가보자는 유혹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주환 의원계로 분류되는 주석수 현 연제구청장과 친 김희정계로 거론되는 안재권 부산시의원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두 인물 모두 지역 내 인지도를 갖췄지만, 당내 경선 구도 역시 만만치 않다. 친여권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현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 인지에 대한 내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판을 흔들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친 여권 연대 구도를 정면으로 흔들 수 있는 ‘깜짝 카드’ 혹은 '세대교체 카드'의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연제구를 단순한 수성 지역이 아니라, 향후 부산 정치 지형을 가늠하는 전략적 시험대로 보려는 시각도 감지된다.
연제구는 단순한 기초단체장 선거를 넘어 부산 정치의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친여권에게는 ‘연대 정치’의 실효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이고, 국민의힘에게는 내부 경쟁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전장이다.
이번 연제구 선거는 단순한 구청장 승부가 아니라, 부산 정치의 전략과 계산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