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다잘렉스 등 블록버스터 시밀러 승인 ‘無’
시장 선점해야 유리한 위치…규제 완화 등은 변수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허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30년까지 키트루다, 듀피젠트, 옵디보 등 연 매출 수십조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잇따를 예정이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없다. 특허는 끝나가는데 대체약은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미국에서만 100개가 넘는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원)를 훌쩍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머크의 키트루다다. 2028년 미국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까지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없다. 듀피젠트와 옵디보, 오크레부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빅파마들은 특허 만료에 대비해 제형 변경이나 적응증 확대, 특허 연장 전략으로 시간을 벌어왔다. 실제로 머크는 키트루다의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해 올해 9월 FDA 승인을 받으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판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다. 이르면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변화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낮춰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전망이다.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효과는 상당하다.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의 첫 FDA 승인 제품은 가격 경쟁 이전에 처방 경험과 신뢰를 선점할 수 있다. 보험 등재와 병원 채널 진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특허 만료 이후 초기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수년간의 경쟁 구도가 결정될 수 있다”며 “아직 FDA 허가를 받지 못한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가 남아 있는 만큼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린 이 시기를 누가 먼저 채우느냐가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기회도 커지고 있다. 이미 스텔라라, 아일리아, 프롤리아·엑스지바 등 일부 대형 품목에서 미국 FDA 허가를 확보한 경험이 있는 만큼 차세대 블록버스터 시장에서도 후발주자가 아닌 선점 경쟁자로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와 다잘렉스 등 아직 FDA 허가를 받지 않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