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익 대신 장기 투자 중시 철학
버크셔 주가, 상장 후 600만% 상승
세계 10위 부자…600억 달러 이상 기부
버핏 은퇴 후 시장 변동성 우려 커져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95세 버핏은 5월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올해 연말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했다. 이미 자신의 후임으로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부회장을 낙점했고 이달 초에는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고령 탓에 버핏이 조만간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올해 떠나겠다는 그의 발표에 투자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단기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시장 풍토와 인공지능(AI) 과열 속에서 그와 대조되는 장기 투자와 현금흐름을 중시한 버핏만의 투자 철학이 퇴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재료 하나가 불쑥 등장해 시장을 흔들어도 언제나 자신의 철학을 고집했다. 핵심은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매수하고 그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무기한 보유하는 것이다. 이는 성과로 증명됐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1965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약 600만%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상승률 4만6000%를 아득히 뛰어넘는 성과다. 지난해 버크셔 매출은 3690억 달러(약 548조 원)를 기록했고 보유 자산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버핏 본인 역시 많은 돈을 벌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 기준 버핏의 순 자산은 1510억 달러로 세계 10위다. 버핏은 ‘기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6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이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던 연례 주주 서한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매김했고 그가 오마하에서 개최하는 버크셔 주주총회에는 매년 수만 명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열기에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축제’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시장은 이제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진 이후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패시브 투자와 알고리즘 매매 시대에 인간 투자자의 상징성이 더 약화하면서 생길 변동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AI 거품 붕괴론과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극명하게 갈리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에이블 부회장의 승진 역시 버크셔로 볼 때는 안정적인 승계라고 할 수 있지만 버핏이라는 상징적 자산은 대체 불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버핏이 은퇴하기로 하자 시장에선 벌써 보유 현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거나 1967년 이후로 끊긴 배당을 재개하라는 등 버크셔를 흔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에 대해 헨리H.암스트롱앤어소시에이츠 사장이자 40년간 버크셔에 투자해 온 제임스 암스트롱은 “많은 사람이 탁자를 치면서 ‘현금을 투자하라’고 외치고 있다”며 “그러나 버크셔가 좋은 가격에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현금을 투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버핏이 수십 년 동안 벌어들인 연간 수익률 23%를 기대하진 않는다”며 “에이블이 연 8~10%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