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수집 정보에 기대 수사 확장"…대법, 자백도 증거능력 부정

입력 2025-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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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수집 정보 없었으면 수사도 어려웠을 것"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이후 피고인의 자백이나 증인의 법정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등의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환경 관련 정부지원사업을 수행하던 A 씨에 대한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수사에서 출발했다.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A 씨가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대기측정의뢰업체에 대한 대기측정기록부를 허위로 작성·발급했다는 혐의를 수사하던 중, 2019년 11월 A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를 압수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에는 저장매체의 경우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로 압수대상을 제한한다'는 취지가 명시됐다.

특사경은 같은 달 영장을 집행해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포렌식을 진행하던 중, 통화녹음 파일 73건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A 씨의 뇌물공여 및 공무원 등의 뇌물수수 정황이 담긴 전자정보를 발견해 이를 탐색·수집했다. 이후에도 해당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보관했다.

환경부 장관은 영장 집행일로부터 약 1년 5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 피고인들을 조사한 뒤 2021년 9월 말 이들을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휴대전화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가 존재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법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아 이뤄진 피고인들의 자백 취지 법정진술은 그 절차적 위법과의 인과관계가 희석·단절됐다고 판단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또 원심은 일부 증인의 법정진술 역시 전자정보를 직접 제시하거나 인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위법 수집된 전자정보와의 인과관계가 희석됐다고 보고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전자정보 압수수색 절차에 요구되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며 "사건 수사는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기초로 개시됐다. 해당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나 공소제기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 및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술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검사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사건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이나 이를 정리한 수사보고, 녹취록 등을 제시받았고, 일부는 해당 전자정보를 확인한 이후 진술 태도를 변경했다"며 "검찰 조사와 1심 법정진술 사이의 시간적 간격도 길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가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에 기초한 2차적 증거"라며 "절차 위반과의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됐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는 이상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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