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공무원 “상담·행정 정상 진행 어려워”
-광장 독점과 소음에 노인복지관‧ 어린이집 ‘야외활동 중단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3시30분께 용인시청 하늘광장. 넓게 펼쳐진 인조잔디광장은 한산했다. 추운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광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반복적인 구호와 꽹과리 소리가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광장에는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 두 명만이 서 있었지만, 소리는 광장을 가득 채웠다. 주변에는 현수막 7장이 설치돼 있었고, 시청을 찾은 시민들은 집회 현장을 잠시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린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을 방문한 A씨는 “확성기 소리와 꽹과리 소음이 계속 들려 두통이 생길 지경”이라며 “민원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용인시청사 인근에서는 집회가 반복되며 소음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과 인접한 노인복지관, 어린이집, 공동주택 단지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생활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확성기와 북, 징, 꽹과리 등을 이용한 소음 발생을 제한하고 있다. 주거지와 학교, 병원, 도서관 등 소음 민감 지역은 주간 기준 60데시벨 이하, 그 밖의 지역은 70데시벨 이하로 규정돼 있다. 기준을 초과하면 경찰이 확성기 사용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반복되는 구호와 타악기 소리는 체감 소음을 키우고 있다. 수치상 위법은 아니지만, 일상과 행정 기능은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시청 1층 민원실은 하늘광장과 맞닿아 있어 외부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 민원 상담과 전화 응대, 창구 업무 과정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시청과 인접한 처인구보건소와 처인노인복지관에서도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실버건강걷기 프로그램과 그라운드 골프 연습 등이 소음 탓에 중단됐고, 시청 어린이집 역시 원생들의 야외·체육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70대 시민 B씨는 “집회를 할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광장을 전세 낸 것처럼 소음을 내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돌봄과 건강 활동을 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여서 위법사항이 없는 한 제지할 수 없다”면서도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장소가 사실상 특정 목적에 의해 점유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숙한 집회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