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우려되는 ‘부패한 이너서클 시선’

입력 2025-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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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에디터 겸 금융부장
▲장효진 에디터 겸 금융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요새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라고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빈대인 회장을 단독 추천해 내년 주주총회 의결이 남은 BNK금융을 대상으로 검사에 돌입했다.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끝나지 않은 신한금융(진옥동 회장 단독 추천), 우리금융도 들여다볼 공산이 크다. 곧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금융사 승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회전문 집권’, ‘깜깜이 인선’, ‘폐쇄적 추천 구조’가 반복되면 신뢰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법이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개혁은 ‘투명성 강화’가 아니라 ‘새로운 관치’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관치금융의 폐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에 쏠려 있었다. 경영진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해 금융기관은 수익성·리스크 평가보다 정책 목표를 우선하는 대출을 상당 부분 집행했다. 부실이 발생하는데도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이유로 구조조정은 지연됐다. 외환위기 직전 기업부채는 급증했고 금융권 부실이 누적되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관치금융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이다.

이때를 기억하면 ‘신관치’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확립 노력이 한순간에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금융사는 이미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따르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독립적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상시적으로 롱리스트 후보군도 관리 중이다. 잠재적 CEO 후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재무적 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 리더십 등 다각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조직을 미래 지향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를 찾는 것이다. 인맥이나 학연으로 후보군이 꾸려진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사 CEO 기준도 시류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단기 실적만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장기적 관점의 지속가능경영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았다.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이고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첨단 기술이 무섭게 쏟아지는 무한 경쟁 체제에서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CEO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장의 당연한 논리가 작동한다.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금융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소속 344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은 99.4%(2023년 99.3%) 수준이다. ‘금융권 이너서클’만을 도마에 올릴 계제가 아니다. ‘금융사 길들이기’가 본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금융사의 자율성을 제약하려 들면 경영진은 눈치보기 전략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장기적 리스크 관리와 혁신 투자를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해야겠다면 최소한 민간 금융사의 독립성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원칙을 세우되 손은 떼기 바란다. ‘인사 개입’이 아니라 ‘규칙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금융사도 “잘하고 있다”는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다. 후보 자격요건, 이해상충 차단, 추천 경로, 외부 검증 결과 등을 더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를 끊어내야 한다. 의심을 부르는 절차는, 아무리 합법이어도 정당성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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