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도 수도권 주택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모습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상승 압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3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수도권 주택시장이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과 공급 확대 정책으로 수도권 시장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주요 경제 변수와 누적된 공급 부족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1.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2.5%, 서울은 4.2%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외 지방은 0.3% 상승으로 관측했다.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국 0.9%, 수도권 2.7%, 서울 6.6%다. 11월까지의 상승률에 12월 예상 상승률을 추정해 구한 수치다. 지방은 0.7% 하락이 예상된다.
주산연은 지난 10년간 명목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유동성 증가로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과 최근 4년간 약 60만 가구의 착공 물량 부족이 겹치며 가격 상승 요인이 쌓였다고 봤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예상치 못한 경기 붕괴 같은 충격이 없다면 유동성과 금리 여건상 내년에도 집값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처럼 급등하는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월세 시장도 오름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오름폭은 전국 2.8%, 수도권 3.8%, 서울 4.7%로 제시했다. 지방은 1.7%다. 입주 물량 감소와 다주택자 중과 시사, 실수요자의 매수와 입주를 제한하는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인한 전·월세 물량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월세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산연은 월세 순환 변동 값이 2023년 7월 이후 상승 추세로 전환됐으며 입주 물량 부족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월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도권의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서 원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월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기본 원리”라고 말했다. 이어 “월세는 상승은 즉각적으로 생활비를 압박하는 구조”라며 “소비 위축과 자영업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주택 매매 거래량은 올해 약 68만7000가구보다 적은 65만 가구 수준으로 전망했다. 통상 연 90만 건을 정상 거래 수준으로 판단한다. 주산연은 미분양 적체와 매입 후 미착공 용지 증가로 주택사업자의 자금 여력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신용도 하락과 규제 강화로 브릿지론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운 데다 조달 금리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 공급 물량은 일부 회복되지만 입주 물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주산연은 인허가 물량을 40만 가구, 착공과 분양은 각각 32만 가구, 24만 가구로 예상했다. 준공 물량은 올해 34만2000가구보다 크게 줄어든 25만 가구로 내다봤다. 주산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부문에서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으나 연평균 45만∼50만 가구 수준의 수요에 비해서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인허가는 22만 가구, 착공은 21만 가구로 관측했다. 준공은 예년 평균의 절반 수준인 12만 가구로 전망했다.
내년 주택 정책 방향으로는 획기적인 공급 물량 확대와 속도전을 제언했다. 서 원장은 “공급 정책은 찔끔찔끔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이 동시에 나와야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급만 맞으면 집값은 안정된다”며 “과거 1기 신도시는 입주가 시작된 1991년 초부터 집값이 그랬고 2기 신도시도 분양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가격 흐름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유동성과 금리, 환율 등 거시 경제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토허제 등 기존 수요 억제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중도금과 잔금 대출 규제 적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도시 정비 사업은 공급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착공 단계 사업과 소규모 정비 사업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주산연은 신속한 착공과 분양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주택 공급 특별대책지역’ 제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제도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부족 정도와 집값 상승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택정책심의위원회와 관계 장관 협의를 거쳐 주택공급특별대책지역을 지정하도록 했다. 지정 지역은 필요한 최소 범위로 한정하고 단기간 운용하며 운영 현황은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 제도 남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