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임명권자 재량⋯상급자에 대한 모멸·멸시적 표현"

검찰개혁과 대장동 항소 포기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오다 고검 검사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이 전례 없는 인사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법무부는 임명권자의 재량 범위에서 이뤄진 정당한 인사라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정 검사장이 인사명령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취소소송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처분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법적 절차다.
정 검사장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이렇게 무리한 인사를 하게 된 배경에는 뭔가 미운털이 박혔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라며 "특히 법무부에서 그런 처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대리인 없이 직접 변론에 나선 정 검사장은 "법령 위반인 데다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전례가 없는 인사"라며 "법무부가 밝힌 보도자료를 보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된, 개인의 의사 표명과 의견 표명을 가지고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한다.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연가를 써서 버티고 있는데 연가를 소진하면 이사를 해야 한다"며 "근무지를 따라 대전으로 이사한 뒤에는 본안 소송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제게는 큰 피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년 검사 일을 묵묵히 해 온 사람인데 제 인사가 언론에 굉장히 크게 보도되면서,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아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입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본안에서 결정 날 때까지 인사를 정지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충북 진천에서 대전으로 발령이 난 것인데 회복이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공무원의 인사 명령 처분에 관해서는 집행정지가 인용된 예가 전무하다.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안에서 다툴 수 있다"고 했다.
인사 규정과 관련해서는 "모든 대검 검사를 해당 보직에 보임하라는 것이 아니고 대법원 판결도 공무원 인사 명령, 검사 인사명령을 임명권자의 재량으로 본다"며 과거 권태호 전 검사장이 강등돼 소송했지만 패소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법무부 측은 또 "신청인이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보면 단순 의견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원에게는 복종 의무가 있음에도 상급자에 대한 모멸적·멸시적 표현을 하고 같은 검사를 모함하는 내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대검 검사급을 고검 검사로 발령낸 것이 실질적으로 강등 인사명령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 같다"며 2주 이내에 판단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만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 검사장은 11일 법무부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대검 검사(검사장급)에서 고검 검사(차장·부장검사급)로 사실상 강등 조처된 것이다.
정 검사장은 검찰개혁 등 주요 사안마다 검찰 내부망을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를 결정한 노만석 전 대검찰청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검찰 역사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이름 남기게 될 것"이라는 등 비판 글을 남긴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