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외 발언에 마이크 차단…제한법 왜 나왔나 [필리버스터 딜레마①]

입력 2025-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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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12-21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2월 9일 나경원 의원 필리버스터 10분 만
우원식 의장 의제 외 발언 제지 마이크 끊어
민주당 '필버제대로법' 의사정족수 적용 추진
조국혁신당 반대 의견 "실익 없이 정신 훼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는 중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의제와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발언을 중지시켰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는 중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의제와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발언을 중지시켰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2025년 12월 9일 제429회 국회 정기회 마지막 본회의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가맹사업법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민주당을 '입법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8대 악법' 철회를 요구하던 그의 발언은 시작 10여 분 만에 끊겼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102조(의제 외 발언 금지)를 근거로 마이크를 차단한 것이다.

우 의장은 마이크 차단의 근거로 국회법 제102조를 들었다. 그는 "시작부터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과거에도 의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의장의 요청에 협조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1964년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 필리버스터 때 이후 61년 만"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본회의 상정 62건 중 국가보증동의안 3건을 제외한 59개 법안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상태였다.

사건의 배경에는 민주당이 추진했던 '필버제대로법'(국회법 개정안)이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본회의장에 재적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 제106조의2는 필리버스터 진행 시 의사정족수 조건을 예외로 적용해왔다. 개정안은 이 예외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12월 3일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법안을 추진한 배경에는 9월 필리버스터의 경험이 있다. 당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고 정작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한 명도 남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민주당 의원이 대신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유령 필리버스터'라 명명하며 "국민 피로만 키우는 형식적 필리버스터의 남발을 막겠다"고 법 개정 추진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12월 7일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숙의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라며 "특별한 실익도 없이 법안의 정신만 훼손하는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신장식 의원도 "24시간 후 종료 표결이 가능하므로 실익 없고 논란만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필리버스터 신청에는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서명이 필요해 조국혁신당(12석)은 단독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반대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대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발언권을 빼앗고 토론 자체를 차단하려는 명백한 반민주 폭거"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의석은 107석인데, 60명은 전체 의원의 56%다. 24시간 내내 60명을 본회의장에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실상 필리버스터 무력화라는 우려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추진 법안들을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전면 저지를 선언했다. '사법 파괴 5대 악법'(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신설법, 대법관 증원법, 4심제 도입법, 공수처 수사 확대법)과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정당 현수막 규제법,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법, 필리버스터 제한법)이다. 12월 9일 59개 법안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당 내부에서도 찬성 의견이 많은 가맹사업법 같은 비쟁점 민생법안까지 포함됐다. 여야 합의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2012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소수당 보호를 위해 필리버스터 도입을 주장했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동의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더 이상 몸싸움이나 망치, 최루탄 등의 모습이 세계 TV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위치가 바뀐 양당은 정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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