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도 4년여 만에 최고 수준
S&P “관세는 美 경제의 그림자”
트럼프 대국민 연설로 돌파구 모색

올 12월을 기점으로 미국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경종을 울렸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 S&P 글로벌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일반적으로 12월에 소비가 매우 활발하고 ‘산타랠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증시도 호황을 보이지만 올해에는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S&P가 집계한 미국의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6개월 만에 최저치인 52.9에 머물렀다. 소비가 가장 활발해야할 11~12월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린 여파라고 S&P는 해석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PMI도 51.8로 5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S&P는 PMI 부진에 대해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 끝자락에 서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쇼핑 행사를 통해 할인과 판촉이 이어졌지만 소비가 그만큼 활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며 신용카드와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 소비 위축 배경 가운데 하나다. 고용 불안이 지표로 드러나기 전 이미 소비 심리는 한발 앞서 경계 모드로 들어갔던 셈이다.
S&P는 보고서에서 “관세 부담과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소비와 기업 활동을 동시에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세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그림자’”라며 “수입원가를 늘리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다. 물가는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말연시 시즌 소매 부문의 신규 매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 내년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판매가 회복되지 않으면 제조업체들도 생산을 줄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으로 고용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닥쳤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실업률은 4.6%로 2021년 9월 이후 4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농업 취업자는 6만4000명 증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고용통계는 실업보험 기록 등과 대조하는 내년 2월 연례 개편 과정에서 대규모 하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고려하면 11월에 실질적으로 고용이 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취업자 증가세는 월 기준 약 6만 명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과도한 재정 지출과 통화정책 완화로 만들어진 성장세가 서서히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상호관세와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비용 요인이 경제 전반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P는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면서도 “다만 성장의 질과 속도는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전반에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부시간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8일 오전 11시)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그는 최근 고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생중계로 이어질 대국민 연설은 집권 2기 출범 첫해에 이룬 국정과제 성과를 거듭 부각하는 한편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